지난해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가까워진다. 지금까지 65세 이상 노인 21만 명이 등급 판정을 받아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이 가운데 68.9%인 14만7,000명이 가정(9만1,000명)이나 요양시설에서 수발을 받고 있다.
방문요양 서비스는 노인들에게 편안한 가정에서 요양보호사의 서비스를 받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월별 한도금액이 정해져 있어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서비스를 받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가족 등 보호자가 직접 수발하거나 노인 혼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요양시설에 입소하여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는 24시간 요양보호사가 수발을 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부담을 덜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공공요양시설 태부족
문제는 요양시설에 들어가고 싶어도 지역에 따라 요양시설 부족으로 입소하지 못하는 노인이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방문서비스를 받는 시간외에는 제대로 수발을 받지 못하여 건강 상태가 점점 악화하고, 보호자는 생업에 전념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장기간 수발로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된다. 특히 보호자들이 대부분 40대~50대로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에 노출되는 연령층이어서 노인을 수발하느라 자신의 질환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는 시행 초기인 탓으로 무엇보다 요양시설이 태부족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등이 설립한 공공시설 비율은 전체의 2.9% 수준으로 일본(10.2%), 독일(10%) 등 선진국에 비해 공공성이 매우 취약한 형편이다. 요양시설 대부분이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이 설립, 운영하고 있어 도심이나 주거지역에 있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땅값이 싼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접근성이 떨어져 보호자가 마음 놓고 부모를 모실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
노인요양시설 충족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61%, 부산 85%, 대구 83% 등으로 특히 서울지역의 사정이 열악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별기업 또는 여러 기업이 기금을 모아 노인요양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시설을 만들고 직접 운영하거나 종교단체 등에 맡기면 좋을 것으로 본다.
기업은 노령화 시대의 사회적 과제 해결에 기여함으로써 기업의 사회공헌 역할과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기업 직원들이 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여 감성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는 인프라 부족을 해결할 뿐 아니라 요양보호사 등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 '사회공헌기금' 활용해야
그 동안에도 여러 대기업이 농어촌지역에 방문목욕 차량을 지원해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온수로 목욕을 하게 되었고, 일부지역에서는 기업이 유치원을 지어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이나 종합복지관을 지어 지방자치단체에 기증, 지자체가 종교단체에 맡겨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기업의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해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이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조기 정착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가장 큰 과제의 하나인 노령화와 노인요양 문제에 대처하는 데 기업이 앞장서 사회봉사와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선순환을 이끌었으면 한다.
이종희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요양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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