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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정년보장'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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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정년보장' 심사

입력
2009.04.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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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우리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과 교수의 자질은 과학기술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시대 요구를 반영하여 최근 각 대학마다 일정 고용기간이 지난 후 심사를 통과한 교수에게만 정년을 보장하는 종신고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찬반의견이 분분하나, 찬반 여부를 떠나 실제 정년보장(tenure) 심사에 직면한 당사자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심사에 대비하려고 해도 낯선 면이 많고, 또한 교수라는 체면 때문에 남에게 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을 짐작해 미국과 국내 대학에 몸 담으면서 경험한 정년보장 심사에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나름대로 느낀 점을 소개할까 한다.

일반인들도 대학교수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가 공학자인 관계로 여기에 소개되는 내용의 일부는 공학분야에 국한될 수 있음을 양해하기 바란다. 또한 대학에서의 승진 및 재고용 심사도 정년보장 심사와 비슷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정년보장 심사는 크게 교육, 연구, 학술봉사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교육 영역에서는 석ㆍ박사 학생 배출현황, 강의내용 및 충실도 등이 평가 대상이다. 연구 영역에서는 논문의 정성 및 정량적 평가, 연구관련 수상경력, 초청 및 기조연설 경험 등을 심사한다. 공학분야 심사에서 특이한 부분은 외부에서 수주한 연구비 현황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술봉사 영역은 교내 행정, 국내외 학회 및 학술지 관련 봉사 등이 평가대상이 된다.

이상 나열한 분야에 대해서 학과ㆍ단과대ㆍ대학 별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서류 심사를 하고, 교내ㆍ국내ㆍ해외 교수들 중에서 선정된 추천인들에게 심사대상자에 대한 총괄적 평가를 기술한 추천서를 요구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떻게 추천인을 선발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지원자와 관련된 연구분야에 종사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10명에서 15명 정도의 추천인을 선정하게 된다. 이중 절반 정도는 지원자가 학과장과 의논하여 추천하고, 나머지 반은 학교에서 독립적으로 선정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추선서 평가가 정년보장 심사에 가장 비중이 크면서도 불확실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실 지원자의 연구ㆍ 교육 및 봉사 실적이 정량적 평가 기준에 부합되는지는 지원자 스스로 대략적으로나마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누가 본인에 대한 추천서를 작성하고, 그 안에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에 대한 예측은 상대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년보장 심사를 준비하는데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은 우수한 추천서를 받기 위한 준비이다. 앞으로 정년보장 심사를 준비해야 하는 교수들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 순간 가능한 빨리 본인의 연구분야에서 세계적 석학 10~15명 정도를 정하고 그들과 학회, 학술지 공동연구 활동 등의 학문적 교류를 통해서 자기 연구내용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학회 참석을 위해 해외 출장을 가게 되는 경우 근처에 있는 우수대학을 미리 접촉하여 학술 강연을 자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학회에서 논문 발표를 할 때는 청중 중에 차후에 본인의 정년보장 심사를 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교수님의 건승을 기원한다.

손훈 한국과학기술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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