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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경제 좌지우지 미국이나 러시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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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경제 좌지우지 미국이나 러시아나…"

입력
2009.04.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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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재벌에 의해 국가 경제정책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닮은 꼴이다. 정치권이 과두 금융자본의 영향력을 단절하지 못하면 경제위기는 장기화할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경제평론가이자 간판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가 14일자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금융자본주의로부터 단절'이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의 경제위기가 러시아 같은 신흥경제국의 경제위기와 다를 바 없다는 자극적인 주장을 폈다.

울프는 MIT 경영대학원 사이먼 존슨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과다한 외자 유입, 과열 성장, 과도한 금융 수익성, 자산 거품 증식과 붕괴 등 경제위기 전개과정이 미국이나 러시아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소수의 금융자본이, 러시아는 과두재벌이 무모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 위기를 확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몸집을 불린 이들 집단은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제위기 해결과정 마저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 울프의 지적이다. 울프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부실자산 때문에 거대 금융자본이 금융위기의 근본적 해결 움직임에 저항하는 등 위기 해결의 방해세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부채를 바탕으로 한 거품 절정기였던 2002년 미국의 금융산업은 전체 미국 기업 이윤의 41%를 차지했다. 금융산업의 평균 임금은 1948~1982년에는 다른 산업과 비슷했으나, 거품 성장이 시작된 뒤 급상승해 2007년에는 전체 평균보다 81%나 많았다.

그런데도 미국의 금융산업은 경제위기 해결 과정의 고통마저 다른 분야에 떠넘기려 한다고 울프는 주장한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 외채를 갚을 수 있는 특권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부실의 청산을 회피하려는 유혹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 국채를 추가 발행, 부채를 무역흑자국에게 떠넘기려 한다면 경제위기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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