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스마트 외교'가 북한에게는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구상이 중국 러시아 등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시작으로 의장성명 채택에 반발한 북한의 6자회담 불참 및 핵 프로그램 재가동 선언과 사찰관 추방 등 오바마 정부의 대북 외교가 초장부터 북한의 심각한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오랜 적성국가였던 이란 쿠바와의 화해무드가 완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는 하드외교와 소프트외교를 접목한 스마트 외교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 적성국가들에 대해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밝힌 스마트 외교이다. 군사 경제 등 물리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화와 인권, 해외원조 등 미국이 가진 모든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맞춤형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전략은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우라늄 농축 문제로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전쟁까지 거론됐던 이란 정부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의 물꼬가 트였고, 쿠바에 대해서는 송금과 방문을 자유화하는,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경제봉쇄의 담장을 낮추는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미국 정부에 반신반의하던 국가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진정성'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부시 정부에서 '신냉전' 운운하던 러시아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제안한대로 새로운 미러 관계를 상징하는 '리셋(resetㆍ재정립)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남미의 반미 독설가로 악명을 떨쳤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조차 미러 관계를 본떠 "미국-베네수엘라 관계를 리셋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화해무드를 철저히 외면했다. 불길한 조짐은 대북특사로 임명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아시아 순방 길에 오르면서 비밀리에 제안한 방북제의를 북한이 거부하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금도 보즈워스 대표가 기회있을 때마다 언급하는 방북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14일 북한의 6자회담 불참선언에 대한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은 부침을 겪어왔다"며 "기다리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갖지 못한 오바마 정부의 당혹감과 좌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이라는 다자틀이 미국의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관련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관계를 설정하다 보니 이란, 쿠바에 적용했던 것 같은 직접적인 외교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의 첫 대북특사로 일했던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인 폴리티코와의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을 보고 북한이 (6자회담 불참 선언 등을 통해) 미국과의 양자회담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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