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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처녀 공무원 "안동댁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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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처녀 공무원 "안동댁 돼요"

입력
2009.04.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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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좋아 안동에 눌러 앉았습니다"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좋아서 영원히 안동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안동시청 일본인 처녀 공무원 오가타 게이코(32ㆍ緖方惠子)씨가 동갑내기 공무원과 내달 16일 화촉을 밝힌다. 이미 절반쯤 한국인인 오가타씨는 이제 영원한 안동인이 되는 것.

오가타씨를 영원히 안동에 '주저 앉힌' 주인공은 안동시청 정보통신실에 근무하는 김희준씨. 2남1녀의 장남인 김씨는 오가타씨가 처음 안동시청에 온 2004년부터 안면을 터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급격이 가까워져 결혼을 전제로 사랑을 키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같아 종종 시청 동갑내기 공무원들 모임이 열렸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오가타씨는 "희준씨가 순해보이면서도 강한 책임감을 보여 듬직했고, 무엇보다 해맑은 미소가 귀여웠다"며 반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결혼식은 내달 16일 안동시 웅부공원에서 양가 친지와 안동시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혼례로 치른다. 일본에서는 오가타씨의 부모와 여동생이 참석할 예정이다.

오가타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일본 대학에서 비교어문학을 전공하면서부터다.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싶었던 오가타씨는 2001년 한국외대 일문과로 유학을 왔고, 이후 2003년 우연히 안동시의 외국인 공무원 채용 공고를 보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원, 안동시청 공무원이 됐다.

다른 지자체에도 외국인 공무원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오가타씨처럼 교환근무나 1, 2년 단기가 아닌 붙박이 근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동안 2년, 3년 단위로 계약해 오다 지난해는 아예 5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오가타씨는 안동시청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직원으로 부상했다. 국제행사때마다 통역은 물론, 관광객 가이드, 홍보책자의 일본어 번역 등 일본과 관련된 업무에 빠지지 않는다. 안동시청 근무 첫해부터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정기적으로 '한국통신'을 게재해 일본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휘동 안동시장은 오가타씨를 안동시의 '보물'로 여겼고, 그 동안 혼기가 차도록 결혼할 생각을 보이지 않자 친한 사람들에게 수시로 오가타씨 중매를 요청할 정도였다.

오가타씨는 "결혼 이후에도 계속 안동시청 공무원으로 일할 생각이며 문경에 계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지는 못하지만 자주 찾아 뵙는 등 맏며느리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2세는 둘 정도 낳아서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kwonj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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