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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김정일 3기 체제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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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김정일 3기 체제의 행로

입력
2009.04.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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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일 12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열었다. 김정일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하면서 김정일 3기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하고 체제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한편 이른바 '강성대국'을 이루겠다는 2012년까지 정치 안정을 도모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체제 안정이 최대 목표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가장 큰 특징은 국방위원회 강화다. 2월 임명된 오극렬 대장을 포함하여 부위원장이 3명으로 늘었고 국방위원도 장성택 행정부장, 주상성 인민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 주규창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각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5명이 보충되면서 총 8명으로 늘어났다. 국방위원회가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 정치지도기관으로 강화된 것이다.

다른 한편 대남 관련부서와 관련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최승철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이 탈락했으며, 내각 조직에서도 대남 경협 창구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를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치는 남북관계 현실을 반영한 것이자, 북한이 대남 경협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시사로 읽힌다.

북한이 국방위원회 체제를 강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대내외적 요구 때문이다. 북한은 2012년까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을 계기로 체제 결속력을 높이고 신년사설에서 밝힌 것처럼 천리마운동과 같은 대중동원을 강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계개선과 경제지원을 얻어내야 하는 처지이다. 이번 로켓발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 성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주민들에게 경제강국 건설에 나설 것을 독려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등으로 부각된 후계체제의 안정적 구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든든한 후견그룹이 뒷받침해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오극렬, 장성택 등의 국방위원회 진입과 노동당 선전선동부 최익규 부장과 조직지도부 김경옥 제1부부장의 등장은 이와 관련된 인사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일 3기 체제의 가장 큰 과제는 후계체제의 안정적 구축을 위한 대내외적 여건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경제회복, 그리고 남북관계의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

김정일 3기 체제가 안고 있는 이 같은 과제는 결코 쉽지 않은 것들이다. 지금 상황에서 관건은 미국과의 관계개선 여부가 될 전망이다. 북미 대화의 앞날을 조심스레 낙관하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을 고려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유엔 안보리는 강경한 의장성명을 채택하였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6자회담 거부와 핵능력 강화, 경수로 자체 건설 등을 천명하는 초강경 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PSI 참여를 결정하였다. 자칫 '강경 대 강경'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개성공단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남북간의 충돌뿐 아니라 북미 간의 힘겨루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래서는 김정일 3기 체제의 과제 해결도 어려워질 것이다.

북미 협상시점 가늠해야

북한의 로켓발사가 초래한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냉각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태를 대결일변도 양상으로 악화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차분하게 현재의 상황을 관리하면서 대화와 협상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로켓은 발사되었고, 북한은 스스로 내세운 인공위성 발사의 성패와 상관없이 진일보한 미사일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협상장에 마주앉을 시점을 지혜롭게 가늠할 때이다. 김정일 3기 체제의 첫 과제도 바로 그 것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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