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경제팀은 소통과 신뢰를 모토로 내세웠다. 소통은 시장뿐 아니라 부처 간의 정책 조율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신뢰는 정책의 설계ㆍ집행ㆍ평가 등 전 과정에서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뜻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스스로 이 원칙을 훼손해 시장 혼란과 부처 갈등을 자초하고 시장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동차산업 세제지원 방안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을 둘러싼 혼선은 정부가 강조해온 정책 리더십의 재건이 공염불이었음을 알게 한다.
우선 완성차 업계 지원 방안은 난맥상 그 자체다. '노사 특단의 자구책'이라는 모호한 조건을 전제로 신차를 살 때 개별 소비세 취득세ㆍ등록세를 최대 250만원 깎아주겠다던 방침이 조건 충족 논란으로 표류하자 지식경제부는 엊그제 사실상 조건을 철회한 지원책을 원안대로 확정했다.
하지만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자동차 노사관계 진전이 세금 감면의 필요조건이라는 취지는 여전히 유효한데, 지경부가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관련 법안에도 조건부 감세를 명시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인 이 대목은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포털의 Q&A에서 아예 빠졌다.
입법 전에 시행부터 서두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역시 정부는 "당정협의를 충분히 거친 만큼 4월 국회에서 무난히 처리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한나라당은 어제 정책의총을 열어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말은 일단 처리를 유보한다는 것이지만, 정부의 일방적 행태와 부자감세에 반발하는 당내 기류가 만만찮고, 최근 강남 등 부동산 시장의 과열조짐까지 가세해 감세법안의 앞날은 지극히 불투명하게 됐다.
입만 열면 선제적 대응을 자랑하고 시스템을 강조해온 정부가 이렇게 두서없고 어설프게 일을 진행했다니 어이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뒤늦게라도 혼선을 수습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책임 전가 혹은 버티기로 후유증을 키우고 있는 점이다. 책임을 따지기조차 민망하다. 경제위기 극복에 편승한 행정편의주의가 어떤 정책실패를 낳는지, 국민들은 생생한 사례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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