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자신이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왜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압박할 만한 카드를 갖고 있는 것일까.
■ 권 여사 묵묵부답 이유는
노 전 대통령측 주장에 따르면 권 여사는 박 회장으로부터 13억원(100만 달러+3억원)을 받은 이번 사건의'몸통'이다. 그러나 사용처에 대해서는 "빚을 갚는 데 썼다"는 것이 전부다.
사실이라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으로 무슨 빚을 갚는 데 썼는지 얘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권 여사와 노 전 대통령측 인사들은 한결같이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밝힌 테면 밝혀보라는 듯한 태도다.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 친인척들에 대한'인사치레'용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집안 대소사나 친인척 관리는 권 여사가 전담했고 알게 모르게 손을 벌리는 친인척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호화 사치품 구매에 사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썼든, 검찰은 그 용도가 순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 건호씨에 전달됐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결국 돈을 받은 사람이 권 여사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라는 검찰의 의심과도 이어진다. 상식적으로 남편 몰래 대통령 전용기에 돈가방을 싣고 경유지에서 건호씨를 따로 만나 가방을 줬다고 생각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 박 회장 압박 배경은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해명 글에서"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적시했다. 실제 박 회장의 잇따른 자백에 대해 의아해 하는 시선은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측은 그가 검찰에 결정적 약점을 잡혔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올 초 태광실업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박 회장의 세 딸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들을 탈세의 공범으로 처벌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노 전 대통령측은 검찰이 태광실업의 대출금 문제를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박 회장이 상당액의 특혜 대출을 받았다는 소문이 적지 않았다. 동시다발적인 대출금 회수가 이뤄지면 태광실업은 숨통이 끊길 수도 있다. 검찰이 이 같은 사정을 언급하면서 박 회장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갖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물론 검찰이 알고 있는 박 회장의 약점은 노 전 대통령측에서도 대부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 노 전 대통령측에서도 이를 검찰과 박 회장에 대한 반격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해명 글이 박 회장에 대한'조용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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