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언론사 대표 등이 거론된 '장자연 문건' 수사에 착수한 지 14일로 한 달이 됐지만,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사건의 핵심인물로 일본에 체류중인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모(42)씨의 신병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대상자들에 대한 '참고인 중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수사 종결 수순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이 장씨 자살사건을 전담하는 수사본부를 꾸린 것은 지난달 14일. 경찰은 이후 경기경찰청 핵심 수사 인력 41명을 투입해 장씨와 주변 인물들의 휴대폰 통화내역 13만건을 분석했다. 또 장씨의 소속사와 전 매니저 사무실 주변의 폐쇄회로(CC)TV, 술 접대 업소 9곳과 관계자들의 카드 사용 내역들도 샅샅이 뒤졌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람만 60명에 달한다.
하지만 수사본부가 지금까지 밝혀낸 내용은 '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수사 대상자는 9명'이라는 것과 장씨가 남긴 문건의 언론보도 경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 그나마 보도 경위도 해당 방송사가 경위를 밝힌 뒤에야 이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관련자 가운데 유일하게 경찰 출석이 공개된 전 매니저 유장호씨의 경우 4차례나 소환조사 했지만, 문건 작성 경위나 배후, 장씨 자살 전 문건 유출 여부 등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결국 유씨에 대해 소속사 대표 김씨가 고소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일단 불구속 입건하고 문건 작성 및 유출과 관련한 핵심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루는 궁여지책을 썼다.
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9명에 대한 조사도 진전이 전혀 없다. 경찰은 최근 "9명 가운데 6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고, 나머지 3명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조사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3명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 주변에서는 장씨 문건에 언급된 언론사 대표 2명과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진 인터넷 언론사 대표를 포함해 9명 모두에 대해 1차 방문 조사를 마쳤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이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 증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자 섣불리 발표했다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조사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는 관측도 있다.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피해자가 고인이 됐고 핵심인물이 일본에 있는 등 정말 하기 어려운 수사"라고 토로했다. 또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일부 수사대상자에 대해 참고인 중지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씨의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에 있는 김씨를 국내로 강제송환하기까지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김씨가 도피할 경우 수사 재개 자체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껍데기뿐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여론이 잠잠해질 때를 틈 타 사실상 수사 종결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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