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의 진주'들이 K리그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2009 K리그 초반 판도는 예상 밖으로 흘러가고 있다. FC 서울, 수원 삼성, 성남 일화 등 전통의 명가들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만년 꼴찌' 광주 상무가 정규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막내' 강원 FC가 3위를 달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개인 성적도 전체 판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웬만한 축구팬들에게도 낯선 얼굴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이름값이 성적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스포츠 속설을 입증하고 있다.
■ 쥐구멍에도 볕은 든다
고창현(26ㆍ대전)은 프로 데뷔 8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맞고 있다. 고창현은 금호고 재학 시절 '윤정환, 고종수의 대를 이을 천재 미드필더'로 촉망 받았지만 프로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2002년 수원에서 데뷔한 후 지난해까지 3개 팀을 거치며 109경기에서 6골4도움(이하 컵대회 포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6경기에서 4골1도움으로 '대전의 새로운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고교 시절의 잠재력을 8년 만에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김명중(24ㆍ광주)은 '군대가 사람 만든' 경우다. 2005년 포항에 입단해 2007년까지 33경기에서 골과 도움이 전무했지만 군 입대 첫 시즌인 지난해 7골 2도움을 기록한데 이어 올시즌 5경기에서 3골 2도움을 올리며 고액 연봉 선수들을 머쓱하게 하고 있다.
■ 감독님들, 실수하셨습니다
무명 신인들이 펄펄 날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번외 지명으로 경남 유니폼을 입은 이용래(23)는 붙박이를 꿰차고 팀의 공격 중추로 활약하고 있다. 현역 시절 '컴퓨터 미드필더'로 명성을 떨친 조광래 경남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팀이 치른 6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 1골1도움을 기록했다.
강원 돌풍의 주역인 윤준하(22)는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야 지명을 받았다. 강원이 신생팀으로서 14명을 우선 선발했음을 고려할 때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선수다. 그러나 윤준하는 개막 후 3경기 연속골 등 6경기에서 3골1도움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로 주목 받고 있다. 강원으로서는 '굴러온 복덩이'에 다름 아니다.
이슬기(23ㆍ대구)는 7경기에서 1골4도움을 기록하며 이근호(이와타) 하대성(전북)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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