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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의 미디어 비평] TV폭력물 '법보다 주먹' 부추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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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의 미디어 비평] TV폭력물 '법보다 주먹' 부추길라

입력
2009.04.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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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지는 폭력적인 내용이 심상치 않다. 근자에 들어 폭력물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폭력은 단지 물리적인 폭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폭언을 하거나 위협적인 행위 등 언어적ㆍ비언어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폭력에 해당한다. 미니시리즈는 물론 심지어 일일연속극에서조차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폭력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텔레비전 폭력물은 필요악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인간의 갈등 구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동원되는 방법 중 하나가 폭력적인 행위이다.

긴장감 있는 극 구성을 위하여 폭력적 요소가 가미된다. 액션물에서 폭력 장면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하겠는가? 그러나 근래의 풍조를 보면 상황설정 상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장면을 제시하기보다는 단순히 눈요기를 위해 또는 흥미를 돋우기 위한 방편으로 폭력 장면을 쓰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을 미화시키기까지 하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해진다.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 조폭을 이상형으로 삼는다는 청소년들의 반응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그냥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물론 텔레비전 폭력물은 시청자들의 감정을 순화시키는 기능을 갖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희노애락을 느끼는 것은 극중의 인물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결과이다.

즉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같은 처지에 놓인 등장인물의 행위를 보면서 현실 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텔레비전의 폭력물은 오히려 시청자의 폭력성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사회적으로 불안한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순기능보다 텔레비전 폭력물이 시청자에게 특히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폭력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텔레비전으로부터 쉽게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은 이를 자신의 역할모델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물론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폭력물을 본다고 해서 모두 모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폭력을 행사할 만한 계기가 주어지면, 보고 배운 폭력 행위를 그대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한 악을 응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인인 내가 반드시 벌을 가하는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응징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당한 법 집행기관에 의해서 행해질 수도 있고, 인과응보나 사필귀정의 해결방식을 동원할 수도 있다. 또 '연상'이라는 기법을 동원하면, 실제 폭력 장면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현장감을 살릴 수 있다. 텔레비전 폭력물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더 심각하게 고민을 해달라고 방송제작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주문일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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