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경쟁력 강화의 전기가 마련됐다." "한국판 교육 카스트제도의 부활이다."
15일 발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공개를 바라보는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최고 공신력을 가진 수능 성적을 통해 학교간 건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점수에 따른 학교 현장의 줄세우기를 공고히할 것이라는 비판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보수성향의 학부모ㆍ시민단체들은 환영 일색이었다.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김종일 대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번 수능 성적 공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객관적인 성적을 근거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조치"라고 두둔했다.
바른교육권실천행동 김민호 학부모위원장도 "성적 결과에서 보듯 이제 지역간 학력 차이를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학교들이 실력 향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서열화와 경쟁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교육 당국이 지역적 특수성이나 개별 학생의 사회ㆍ경제적 배경 등은 일체 무시한 채 단순 등급 비율을 기준으로 학교에 낙인을 찍고 있다"며 "모든 학교가 높은 등수를 위해 성적 경쟁에 매달리는 상황은 결국 교육 과정의 파행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춰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교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 및 지역의 교육활동을 개선하고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으나 수능 성적 공개는 정책적 고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지역과 학교를 줄세우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지역별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국 1위 학력 도시'임을 입증한 광주는 학력 신장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안순일 광주시교육감은 "2006년부터 실시한 '빛고을 학력신장프로젝트'를 통해 부진학생 제로화 운동, 수준별 맞춤식 수업 등을 전개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시ㆍ군ㆍ구들은 교육 당국의 성급한 성적 공개에 불만을 토로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전남 장성처럼 고교 한 곳이 지역 전체의 성적 수준을 대표하는 지역과 고교만 수백개인 지역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낮은 성적의 책임을 학교의 교육활동 탓으로 돌리기에 앞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좀 더 다양한 정책적 요인을 반영하는 등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