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전사령부(특전사)는 유사시 적 후방에 침투해 주요 시설 파괴 등의 임무를 맡는 대표적인 군의 특수부대다. 이런 특전사가 최근 이사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지금 있는 집터에 아파트(송파 신도시)를 짓기로 해서 다른 곳(경기 이천시)으로 옮기기로 했던 터다. 그런데 뒤늦게 못가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 이유가 '국가 안보' 때문이라니 언뜻 일리가 있겠거니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송파(위례) 신도시 계획은 2005년 8월 31일 확정 발표됐다.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의 일환이었다. 그 지역에 있는 7개 부대와 남성대 골프장은 이전키로 했었다. 국방부는 2007년 특전사를 경기 이천시로 이전키로 하는 등 부대별 이전 예정지역도 발표했다. 2008년 4월에는 특전사와 토공 간 부대이전 합의각서를 체결하는 등 특전사 이전 계획은 착실히 진행됐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 말. 국방부가 사업을 진행 중인 국토해양부에 특전사와 남성대 골프장 이전에 난색을 표시하며 재검토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나머지 부대들은 계획대로 옮기겠지만 특전사와 골프장은 안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논리는 이렇다. 우선 사업 확정 이후 지금까지의 군사적 여건 변화를 든다. "수도권 및 후방지역 교란 능력 강화를 위해 북한 특수전 부대 병력이 12만명에서 18만명으로 증강됐다"(14일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해괴한 논리"라고 했다. 후방 침투 임무를 갖는 특수전 부대에 대응한다면 후방 방어 병력을 보강해야 할 일이지 기지이전 불가의 이유로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군사 작전 측면도 이제서야 강조된다. 특전사와 3여단, 이를 지원하는 기무부대(8248부대)는 유사시 즉각 투입이 가능한 현 위치에 주둔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방부의 주장이다. 남성대 골프장은 유사시 특수전 부대 임무 수행을 위한 헬기 이ㆍ착륙장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도 붙었다.
이러한 작전 수행 측면의 이전 불가 논리가 왜 뒤늦게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첫 정책 결정 과정부터 안보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3월 24일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는 설명을 하고 있다.
국방부의 논리는 아무리 봐도 빈약한 게 사실이다. 14일 국회 국방위에서는 여당에서조차 비판이 줄을 이었다. 특전사 이전 발표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특전사 병력을) 투입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다소 더 걸리는 것이지, 결심하고 투입하는 총체적 시간은 그리 많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국방부는 무리해서 특전사 이전을 반대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문제의 핵심은 특전사가 아니라 골프장"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전사 등 3개 부대와 남성대 골프장을 하나로 묶어 이전을 반대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골프장을 그대로 두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실제 특전사의 이전은 지난해 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됐다.
이전을 반대하던 이천시에 대해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던 것도 국방부다. 물론 당시에는 남성대 골프장이 '임무 수행을 위한 헬기 이ㆍ착륙장 기능' 탓에 특전사와 함께 가겠다는 말도 없었다. 작전 측면의 논리가 빈약함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국방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남성대 골프장의 대체지가 논의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 국토부는 국방부에 남성대 골프장 대체지 선택에 대해 협조 요청을 했고, 같은 달 말 국방부는 돌연 토공에 특전사 이전 공사 발주 중지를 요청했다.
인천 영종도로의 이전이 유력해지자 남성대 골프장의 주 이용층인 예비역 장성들이 발끈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네들이 그 먼 곳까지 어떻게 가라는 말이냐"는 불만이었다.
가뜩이나 제2롯데월드 신축 논란으로 예비역 장성들을 달랠 필요가 있던 국방부로서는 이를 뿌리치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골프장만 못 가겠다는 말이 어색해 특전사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특전사가 골프장 구하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 탓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 국민들 중에서도 특히 이천시민들은 당황스럽다. 일방적인 이전 발표에 반발했다가 겨우 합의를 하고, 이전 부지에 대한 토지 보상을 70%까지 진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555m의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도 코 앞의 공군기지는 안보 문제가 없고, 골프장은 안보 때문에 옮길 수 없다는 게 현 국방부의 해괴한 안보논리"라고 성토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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