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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커지는 내홍, 출구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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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커지는 내홍, 출구가 안보인다

입력
2009.04.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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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앵커 교체를 둘러싼 MBC의 내홍이 점차 커지고 있다. 130여명의 일선 기자들이 9일 이후 일주일째 제작거부를 계속하고 있으며, 14일엔 급기야 앵커들과 수습기자들마저 뉴스룸을 박차고 나간 터라 MBC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 그지없다.

기자들은 보도국장 불신임안을 가결, 회사의 인사권과 정면 대결하고 있어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MBC 노조도 기자회와 함께 사내 집회에 참여하고 있고, 지역방송의 뉴스 송고마저 멈췄다. 민영화 폭풍과 광고 급락으로 휘청거려 온 MBC가 결정타를 맞은 셈이다.

■ 기자들 "투쟁 수위 올린다"

15일 오전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노조 등 사원대표들이 만나 연 공정방송협의회도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친 자리였다. 엄 사장은 기자들에게 빠른 시간 내에 제작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종용했고 사원들은 "보도국장 퇴진"을 계속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엄 사장은 "공정방송을 훼손하는 사례는 나도 참을 수 없는 만큼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니 기자들은 나를 믿고 돌아오라"며 "보도국장 경질 등 인사권을 가지고 계속 힘들게 몰아가면 내가 MBC에 있을 필요가 없고 일신과 관련된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4일에는 '뉴스24'의 김주하 앵커를 비롯한 일부 앵커들이 신경민 앵커 교체에 항의하며 제작거부 대열에 합류했다. 김 앵커와 '뉴스투데이'의 박상권, 현원섭 앵커 등의 빈 자리는 아나운서들로 임시 대체됐다.

13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간 MBC기자회는 "그동안 뉴스 파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작현장에 남아있던 편집부 기자, 앵커들도 제작을 거부하는 등 사측의 입장 변화가 있기까지 계속 투쟁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MBC 노조도 14일부터 경영센터 10층 임원실 앞 복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기자회의 투쟁에 합류해 앞으로 노조 차원의 파업으로 사태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노조 관계자는 "역시 이번 싸움의 주체는 기자회가 되어야 하기에 노조는 전면적으로 나서긴 어렵지만 보도국장이 물러나고 사장이 사과하는 것을 기자회와 함께 요구하고 있어 공동 투쟁으로 봐도 된다"며 "15일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노조도 협의를 거쳐 지금보다 높은 차원으로 투쟁을 격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방송차질 눈에 띄게 늘어

일선 기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번 제작거부의 충격파는 예전의 파업보다 강력하다. 노조가 주체인 파업의 경우 방송 송출을 위한 최소 인력 외에도 기자들의 주요 출입처에서는 평소와 같은 인력을 가동하기 때문에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더라도 뉴스가 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뉴스 현장에서 뛰는 기자회가 주축이 돼 차장 이하 기자 전원을 제작 현장에서 뺀 터라, 콘텐츠를 생산하기 어려운 아침뉴스 시간이 재방송으로 메워지는 등 이전 파업 때도 없었던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이다.

이 같은 방송차질은 제작거부가 길어질수록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뉴스의 파행 진행은 물론 '뉴스후' '시사매거진2580'이 계속 결방되고 있으며, 데스크급 기자들이 나서고 있는 리포트도 점차 기력을 잃어가 시청자들에게 MBC의 좋지 않은 모습을 각인시키는 결과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원들 사이에서도 "잦은 제작거부로 인한 여론 악화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을 정도. 특히 중간 간부급 이상에서는 방송법 개정 이후 몰아닥칠 민영화 분위기에 이번 제작거부가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조바심을 내고 있다.

MBC의 한 간부는 "툭하면 벌어지는 제작거부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시청자가 MBC에 등을 돌릴지 걱정이 된다"며 "회사 분위기가 계속 좋지 않지만 누구 하나 상황을 개선할 대안을 내지 못한 채 관망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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