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법정까지 갈 태세다. 검찰은 "현금이라 본인들이 말하지 않으면 밝히기 어렵다"고 하고 있어, 사용처를 둘러싼 진실 규명작업이 상당기간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은 100만 달러가 '증발'했다고 할 만큼 사용처와 관련해 확실한 것이 없다. 검찰은 다만 박 회장의 진술과 당시 상황을 토대로 100만 달러가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은 2007년 6월 29일 청와대에서 100만 달러를 받았고, 바로 다음날 과테말라에서 열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전용기로 출국했다.
전용기는 6월 30일 오전 10시(한국시간 7월 1일 오전 3시) 경유지인 미국 시애틀에 도착했고, 노 전 대통령은 휴식 후 오후 4시 동포 간담회에 참석했다. 동포 간담회는 오후 5시 30분께 끝났고 다음날 오전 9시50분 과테말라로 떠날 때까지 노 전 대통령은 공식일정이 없었다.
시간이 비는 시간 동안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건호씨를 만나 100만 달러를 전해줬을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게 추정되는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시애틀에서 대통령의 사적 일정이 없었고 다음날 새벽 예정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등을 고려해 일찍 취침하셨다"며 "건호씨를 전혀 만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건호씨의 미국 현지 자금거래 상황을 추적하며 100만 달러의 흔적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1년 간의 건호씨 계좌를 제출받아서 확인했고, 2007년 당시의 자금거래 상황도 추가로 요청해 놓은 상태다.
노 전 대통령측은 사용처에 대해"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는 데 썼다"고 밝힌 것 외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내에서 썼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기로 달러화 그대로 미국으로 공수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달러로 받았을까. 노 전 대통령측 인사는"달러가 원화보다 부피가 10분의 1은 작다"며 "청와대 관저로 가져가야 할 상황에서 원화로 가져가면 부피가 너무 많이 나가기 때문 아니었겠냐"고 설명했다.
의혹이 난무하지만 노 전 대통령측이 사용처를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소 후 법정에서 사용처를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으로 공이 넘어가면 검찰이 사건을 컨트롤하거나 추가 수사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측이 방어 카드로 꺼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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