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물었다. "블로그 있어요?" 없다고 했더니 "정상이군요"라며 웃었다. 아마도 그만큼 블로그들이 많다는 말이겠다. 요즘은 블로그의 글이 출판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얼마 전 인기있는 한 블로거의 책을 읽다가 불현듯 '관음증'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가 누군가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기도 전에 이미 그의 블로그에 접속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한 일을 다 알고 있다.
새로 산 전기밥솥은 물론이고 먹고 입은 것, 그가 본 영화와 감상을 읽으면서 그의 취향까지 꿰고 있다. 그는 연인의 얼굴도 공개했다. 무슨 일로 다투고 화해했는지 시시콜콜하다 못해 정말 비밀스러운 둘만의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밝힌다. 방문자는 "잘못하셨네요, 사과하세요"라는 코멘트를 달기도 한다. 이제 그의 방은 유리로 만든 방처럼 보인다.
관음증적인 이 사회를 향해 수위 높은 노출로 일침을 날리는 듯 통쾌하다가도 문득문득 사촌오빠의 비밀일기를 몰래 훔쳐보던 때의 죄의식이 고개를 든다. 생각은 히치콕으로 옮겨간다. '이창' '사이코' '현기증'을 관음증 3부작이라고 일컫기 때문일 것이다. 훔쳐보기에만 국한시킨다면 모든 영화와 사진, 문학이 관음증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관음증이란 훔쳐보는 것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것을 말한다. 함부로 쓸 말이 아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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