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공장. 올해 말 시험 가동을 목표로 막바지 일관제철소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대규모 부지에는 이미 제철소를 가동해도 될 만큼 주요 설비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06년 10월 모래바람이 부는 허허벌판에 제철소를 착공할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내년 초 가동 예정인 제철소 1기의 종합공정률은 85% 수준. 숫자상으로는 아직 15%를 더 채워야 하지만,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 중간제품을 만드는 일련의 설비(제선ㆍ제강)는 거의 완성 단계다.
특히, 현대제철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밀폐형 원료저장시설은 사실상 100% 공정률에 가깝다. 이 밀폐형 시설은 쇳물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실내에 보관함으로써 원료손실과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통상 원료를 야외에 쌓아두면 비ㆍ바람에 철광석과 유연탄이 휩쓸려 나가면서 환경오염을 유발해 왔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게 초대형 밀폐형 저장설비다. 이 중 돔 형태로 구성된 3개의 원형(圓形) 설비는 실내 야구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규모다. 1기는 지름 130m, 높이 37m로, 2기와 3기 설비(지름 120m, 높이 60m)에 저장된 철광석 원료를 골고루 섞어 보관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초 대만 화력발전소에 있는 돔 형태의 소규모 설비에서 착안한 것인데, 지금은 대만 측이 오히려 현대제철의 초대형 저장시설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7월부터 설비를 시험 가동한 뒤, 9월부터 원료저장에 나설 예정이다.
제철소 핵심 설비인 용광로도 빠르게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세계적인 고로 엔지니어링업체 폴워스에서 도입한 130m 높이의 1기 설비는 내년 초부터 연산 400만톤의 쇳물을 쏟아낸다. 내후년부터 가동될 2기 고로(연산 400만톤)까지 합하면 총 800만톤 규모다. 이를 통해 고급 철강제품 중간재인 열연(650만톤)과 후판(15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 전기로(1,100만톤) 등 총 1,900만톤의 제강 능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2015년으로 예정된 3기 고로(연산 400만톤)가 가동되면 세계 10권의 초대형 제철소로 부상한다.
총 5조8,4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답게 고용창출 효과도 대단하다. 현재 하루 평균 1만명의 인원이 제철소 건설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현대제철과 함께 동국제강, 동부제철, 휴스틸 등이 들어선 당진 철강단지에는 관련 중소기업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2007년 270개, 작년에도 160개 업체가 둥지를 틀었다.
제철소가 완공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임직원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사실 외부에선 제철소가 순조롭게 완공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가 드물었다. "6조원 규모의 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까", "건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 등 의문이 꼬리를 이었다. 하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유동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부친(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받든 정몽구 회장의 열정이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헬기를 타고 내려와 모하비 차량을 몰고 제철소를 둘러보는 것은 이제 일상이 돼버렸다.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정 회장은 당진 관사에서 하루 밤을 머문 뒤 새벽까지 현장을 둘러보는 일이 잦다고 한다.
현대제철 우유철 사장(제철사업 총괄)은 "지금 공정대로라면 제품 생산이 본격화하는 내년 후반부터는 경기 회복과 맞물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세계 최초의 밀폐형 저장시설 도입은 친환경 녹색성장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진=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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