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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타내자" 불황 속 재산 줄이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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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타내자" 불황 속 재산 줄이기 바람

입력
2009.04.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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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두 아들(5세, 3세)을 둔 주부 A씨는 지난달 초 자신 명의로 돼 있던 언니 집을 언니 앞으로 돌려놓았다. 통장도 언니 이름으로 바꿨다. 2억원대의 집을 전세 6,000만원으로, 자기 명의의 통장 잔액은 400만원으로 낮췄다. 정부가 7월부터 영유아(0~5세)가구에 확대 지원하는 보육료를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서울 종로의 한 직장에 근무하는 회사원 B씨도 최근 부원들의 회비를 모아두던 자기 명의의 통장을 싹 비웠다. 수백만원의 회비가 자기 재산으로 잡혀 보육료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우려해서다.

경기 불황이 한창인 요즘, 서민들이 '재산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득하위 70%에 속한 가구에 대해 월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되는 정부의 이번 보육료 확대지원 대책에는 4인가족 기준 월소득 258만원 미만일 경우 매월 최대 73만원까지 지급해 서민 가계에 상당한 보탬이 된다.

이 때문에 자기 명의 통장에 든 부모 돈이나 부회비 같은 '거품'을 빼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금융자산이나 아파트까지 다른 사람 명의로 돌리는 편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월급 뿐 아니라 적금이나 집값, 자동차 등 보유 자산도 월소득에 반영되다 보니 보육비를 더 타내기 위한 머리 싸움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지난 7일부터 각 주민센터에서 신청 서류를 받기 시작한 후 영유아 정보를 공유하는 '지후맘', '나눔상자'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보육료를 타기 위한 문의와 아이디어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이번부터 정부가 '금융재산조회 동의서'를 제출받아 신청자들의 은행 통장 내역을 조회해 소득액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나서자 때아닌 금융자산 옮기기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게시판에서 홍모씨는 "부모님이 퇴직한 뒤 내 이름으로 세금우대 정기예금을 들었는데,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눈물을 머금고 확 해약해버렸다"며 "부모님께 미안해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만 4세의 딸을 가진 충남 천안의 강모(36ㆍ여)씨는 "적금을 넣어 2,000여 만원을 모았으나 전액 지원 대상이 안될 수 있다는 말에 해약하고 결혼한 동생에게 빌려주기로 했다"면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친구들도 요즘 금융재산을 정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자기 통장의 돈을 타인 명의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아예 대출을 늘리는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 청주시에 사는 4인 가족의 한 주부는 "현재 부채가 1,200만원인데, 1,800만원을 더 대출 받아 3,000만원으로 늘리면 전액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청자의 보유 차량도 월 소득액 산정에 포함되다 보니 차량을 구입할 때도 명의를 남의 것으로 하기도 한다. 한 주부는 지후맘 게시판에 "보육로 지원 문제로 시어머니 이름으로 새 차를 샀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한 여성은 아예 "남편 차가 2,700cc여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이번에 차를 팔고 2000cc 중고 중형차로 바꿨다"고 말했다.

편법이 활개치자 해당 기관들도 구체적인 소득산정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다급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청자들이 급하게 재산을 정리한 것이 확인되면 차후에 소명자료를 받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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