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임직원들은 14일 작지만 소중한 행사 하나를 치렀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남산 중턱의 회사를 출발, 남산 정상까지 걸어 오른 뒤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조촐한 모임이었다. 2000년부터 10년째 매년 벚꽃이 만발한 이맘 때쯤 해오던 행사였지만, 올해는 유독 의미가 남달랐다. 경기침체 여파로 불필요한 경비를 줄인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행사 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직원 단합모임이 사라질 운명에 처하자 임원들이 발벗고 나섰다. 남산 본사와 서울지사의 마케팅 및 영업부서 등 참석자 600명분의 도시락과 간식비용 1,000여 만원을 사비로 갹출한 것이다.
예산 삭감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행사가 예정대로 치러진다는 소식을 들은 김진수 대표는 이날 남산길 걷기에 동참했고, 땀을 흘리는 직원들을 위해 사비로 600명분의 아이스크림을 구입해 나눠줬다. 노사협의체인 CJ제일제당 열린협의회도 외부 진행요원을 섭외해 떠들썩하게 진행하던 예년의 이벤트식 행사를 자제하고, 사업장별로 떨어져있는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상황을 공유하고 극복하는 의지를 다졌다.
김진수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직원 단합행사 예산마저 깎아 미안했는데, 무사히 치러질 수 있어 너무 고맙다"며 "이번 행사를 회사의 경쟁력을 담금질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당부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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