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방영된 MBC 월화 드라마 '내조의 여왕' 8회에서는 재벌 2세이자 바람둥이인 허태준(윤상현)이 자동차 접촉사고로 우연히 억척 아줌마 천지애(김남주)를 알게 된다. 부잣집 딸이자 미인인 아내 은소현(선우선)이나 애인들 중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했던 태준은 지애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호감을 느끼고 서서히 그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장 부인인 소현은 대학 시절 첫 사랑이자 지애의 남편인 온달수(오지호)에게 외로운 자신의 마음을 위안 받고 싶어한다. 달수는 유부남이지만 소현은 개의치 않고 그를 포옹하는 등 애정 표현을 거리낌없이 한다.
# 11일 MBC 주말 드라마 '잘했군 잘했어' 8회에서는 싱글맘인 이강주(채림)가 과외제자였던 최승현(엄기준)에게 기습키스를 당한다. 강주가 싱글맘임에도 불구하고 승현은 개의치 않고 강주를 계속 '찍는다'. 강주는 후에 옛 애인이었던 유호남(김승수)의 구애까지 받게 된다. 의사인 호남은 부잣집 딸인 나미라(김정화)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강주에게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아가씨들은 가라. 아줌마들이 나간다.
안방극장이 온통 '아줌마판'이다. 둘째 아이 출산 후 '내조의 여왕'으로 복귀해 물오른 코믹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남주를 비롯해 '잘했군 잘했어'에서 미혼모로 돌아온 채림,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완벽주의자 의사로 돌아온 유호정까지 가히 아줌마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이들 30대 아줌마 연기자들은 드라마에서도 주부로 출연해 실제 경험을 토대로 물오른 주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드라마의 주인공은 거의 예외없이 미혼 남녀였다. 20대 초반의 여주인공이 재벌 2세, 의사 등 돈 많고 능력 있고 얼굴까지 잘생긴 남성 2명의 사랑을 한꺼번에 받아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삼각관계가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아줌마들은 아가씨를 밀어내고 구애의 대상이 된다. SBS 주말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소아과 의사로 나오는 오설란(유호정)도 후에 이혼녀가 되지만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청년의 '여신'이 된다.
아내가 신분을 위장한 채 전 남편을 유혹해 복수극을 벌이는 '아내의 유혹'은 아내가 남편을 유혹할 정도로 매력적인 존재로 변신한다. 시부모와 남편에게 순종하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던 은재는 복수를 위해 섹시한 의상과 춤 실력으로 무장하고 전 남편을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아내도 여자'라는 광고 문구가 나오긴 했지만 아내가 남편을 유혹할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개념은 일종의 파격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아줌마 역할을 맡은 여배우는 주로 망가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력면에서는 20대를 따라갈 수 없다"면서 "1980년대에는 결혼과 동시에 엄마나 이모 역할을 하고 주인공 역할에서 멀어졌던 아줌마 여배우들이 지금은 결혼을 통해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줌마 주연 드라마가 유행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결혼했어요'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며 친구 같은 느낌을 주는 연예인이 각광 받게 된 것도 아줌마 주연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윤 교수는 말했다.
'내조의 여왕'의 김승모 PD는 "드라마를 많이 보는 층이 30대 이상 50대 이하 여성"이라며 "남편말고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성을 원하는 주부들의 판타지가 요즘 드라마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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