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놀러온 동생이 별안간 무릎을 탁 친다. "아,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은 채 외출했다는 것이다. 전기세도 아깝고 괜히 혹사 당하고 있을 컴퓨터 생각에 엄마에게 부탁하라고 했더니 동생이 절레절레 고개부터 흔든다. 몇 번 이런 일로 전화를 했지만 매번 엄마는 알아듣지 못했다. 보다 못한 큰애가 주말 틈틈이 할머니에게 컴퓨터 수업을 하는 눈치였다.
슬쩍 경과를 물어보니 큰애도 고개부터 저었다. "할머니는 안 돼." 괜히 어린 것이 제 할머니를 무시하나 싶어 발칵 성부터 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네가 더 안 돼!" 큰애가 억울하다는 듯 찔끔댔다. "더블클릭이 안 된다구, 할머니는." 허를 찔린 듯했다. 문제는 더블클릭이었다. 큰애와 엄마는 프로그램은 실행해보지도 못한 채 지금껏 바탕화면에서 끙끙대고 있었던 것이다. 클릭을 재빨리 연달아 두 번 하면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할머니는 머리로도 손으로도 따라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 폴더를 만들 수도, 만든 폴더를 열 수도 없다. 다행히 인터넷은 '클릭'이면 다 되는데…. 남편이 거들었다. "그럼 더블클릭 안 하면 되잖아." 폴더에 클릭을 하고 엔터키를 누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엄마도 더블클릭할 때 검지에 실리는 경쾌함을 한 번 맛봐야 한다. 엄마에게 더블클릭을 이해시킬 방법을 고민 중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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