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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잡지 '모던일본' 1940년 특집호 완역…일본인 눈에 비친 '모던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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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잡지 '모던일본' 1940년 특집호 완역…일본인 눈에 비친 '모던 조선'

입력
2009.04.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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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에게 조선은 어떤 나라였을까. 한일병합 100년(2010년)을 앞두고 '제국주의 일본과 식민지 조선'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근대 조선을 바라본 일본인의 시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껏 식민지 시대 일본인의 시각은 그릇된 우월감에 젖은 '전이된 오리엔탈리즘'의 부산물로 치부됐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을 입체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당시 일본인의 시각에 대한 탐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각각 대중잡지와 문학작품을 통해 60년 전 일본인의 조선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눈부신 햇살이 침실로 들어와 잠에서 깨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곧 아침식사 준비를 합니다. 맛있는 밥을 짓는 동안 무김치를 썹니다. 기생은 이처럼 가정적입니다. 기생은 낮 시간이 자유롭고 즐겁습니다. 조선은 지금 호황이라 기생도 바쁩니다. 3시가 되면 벌써 검번(檢番)에서 마중하는 차가 옵니다…'

1940년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발간된 '모던일본'이라는 잡지에 실린 화보 '기생의 하루'의 사진설명문 가운데 일부다. 이 잡지는 1930년 일본 문예춘추사가 창간한 것으로, 도쿄에서 활동한 조선인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이 편집 책임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해송은 1939년 11월 조선판 특집호를 발행하는데, 이것이 30만부나 팔리며 큰 인기를 끌자 이듬해 8월 다시 조선판 특집을 냈다. 이번에 완역된 <일본잡지 모던일본과 조선 1940> (어문학사 발행)은 이 두번째 조선판 특집호다.

이 책은 제국주의 팽창이 절정에 달했던 당시 일본인의 눈에 비친 '모던 조선'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강제 징용ㆍ징병, 창씨개명, 산미 증산계획 등으로 핍박받던 조선의 모습이 일본의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선입견에 의해 왜곡된 형태로 담겨 있다.

"중일전쟁 이래 조선 인민이 진심으로 내선일체 사상을 갖게 됐다"는 조선 총독 인터뷰, 이광수 등 조선 지식인의 친일 성향을 보여주는 기고문이 가감없이 수록됐다.

그럼에도 '모던일본' 조선판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60년 전 이 땅의 대중문화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던일본'은 요즘으로 치면 타블로이드지 성격의 대중잡지인데, 풍부한 사진과 함께 대중의 흥미를 끌 만한 정보를 가득 싣고 있다.

경성 번화가 탐방기, 미스 조선 선발대회, 경성의 학생 생활 등 일본인 기자가 직접 취재한 조선의 문화가 르포 형식으로 세세하게 묘사돼 있다.

'E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경성 학생생활 르포르타주' 기사는 경성제국대, 연희전문, 보성전문, 이화여자전문 등 4개 대학을 비교한 기사다.

각각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의 전신인 이 대학의 학생들에 대해 "최고학부라는 자부심을 갖고 신사적인 태도로 통학한다"(경성제대), "미국 학생들처럼 행복하다.

청춘을 즐긴다"(연희전문), "학우가 해를 입으면 당장 집단을 이루어 복수를 한다. 무서운 학교다"(보성전문), "이 세상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낙원에서 생활한다"(이화여전)고 기록했다. 각 대학의 이미지가 유구한 전통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기사다.

제2차 조선판 간행을 기념해 이 잡지가 현상공모 형식으로 주최한 미스 조선 기사도 흥미를 끈다. 심사위원에는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만든 일본의 저명 작가 기쿠치 간(1888~1948)도 참여했다.

그는 "조선의 고전미라 할 수 있는 청초한 아름다움이 좋다"며 박온실이란 여성을 추천했는데 이 여성이 미스 조선으로 뽑혔다. 이밖에도 '경성 일류 기생의 재산보유 순위' '조선의 가볼만한 여행 정보' 등 호기심을 유발하는 기사들과 약, 화장품 등 상품 광고를 통해 당시의 소비ㆍ유흥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 근대 日작가 13인, 조선을 어떻게 봤나

1891년부터 1941년까지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작가 13명의 눈을 통해 근대 조선의 모습을 들여다본 <일본 작가들이 본 근대 조선> (소명출판)도 출간됐다.

이 책에 기록된 50년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기 시작한 무렵부터, 태평양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질 때까지의 시간과 겹친다. 따라서 시기별로 조선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이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통시적으로 보여준다.

나카라이 도스이의 '변방에 부는 바람', 구니키다 돗포의 '애제통신' 등 메이지시대에 해당하는 1890~1910년대의 글은 조선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문화유산을 찬탄하는 내용이 많다. 미즈노 다쓰로 교토조형예술대 강사와 함께 이 책을 펴낸 이한정 동국대 일본대 교수는 "일본의 조선 지배를 당연시하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적 관점"이라고 분석했다.

1930년대 이후의 글에서는 조선인에 대한 동화정책을 엿볼 수 있다. 나카자마 아쓰시의 '순사가 있는 풍경', 유아사 가쓰에의 '심전개발' 등은 이른바 내선 융화의 시대상을 묘사하며 거기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밖에 경성 평양 개성 등의 '모던'한 생활 모습을 묘사한 글, 석굴암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 조선인 여인과의 로맨스 등 한국 근대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글들이 실렸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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