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구 동구 율하2택지개발지구. 김범일 대구시장과 최재덕 대한주택공사 사장 등이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기공식 테이프를 끊었다.
대회기간 중 전 세계 213개국 선수와 임원 3,500여명이 묵게 될 9개동 528세대 규모의 선수촌 컨셉트는 '녹색'과 '유비쿼터스'다. 2011년 4월 완공 예정인 이 선수촌에는 158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들어서 매월 1만9,000kW의 전력을 생산한다.
선수촌 뿐만이 아니다. 이번 세계육상대회를 '저탄소 녹색대회'로 디자인하고 있는 대구의 눈높이는 모두 친환경 성장에 맞춰져 있다. 대회장소인 대구스타디움 앞의 길이 600m, 폭 25.1m의 왕복6차선 월드컵지하차도 지붕도 2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로 탈바꿈한다.
또 태양광과 풍력 겸용 가로등 100개가 육상연습장과 경보코스 등 대구스타디움 주변을 훤히 밝힌다. 대회기간 동안 전 세계 65억 인구가 대구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육상 경기는 물론, 태양광과 풍력 등 생활 속으로 녹아 든 녹색도시 대구를 TV로 지켜보는 셈이다.
대구가 글로벌 이벤트를 앞두고 녹색혁명을 선언했다. 테마별로 추진하다 보니 '저탄소 녹색도시', '수소도시', '솔라시티', '기후변화 선도도시' 등 온갖 수사가 동원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2000년 '솔라시티' 선포를 시작으로 밑그림을 그려오던 대구시의 녹색 청사진도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개최를 계기로 국내ㆍ외에 '녹색도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세계 3대 스포츠의 하나인 육상대회 직전까지 대구 도심의 공기가 몰라보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하철 구간의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하수를 활용, 대구의 간선 및 이면도로 곳곳을 '클린로드'(Clean Road)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는 올해 6월 156억원을 투자, 도심 곳곳에 고정식 살수시설과 소형 조경분수를 설치하고 천연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고효율 살수차량 8대를 보강, 대구지하철2호선 공사구간 등 간선도로의 먼지를 없애기를 했다. 먼지가 사라진 클린도로 위를 질주하는 건 자전거다. 김범일 시장과 시민 2,000여명은 지난달 15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출발, 계명대 정문까지 11㎞ 구간을 자전거로 달렸다.
자전거 프로젝트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7월 대구 신천둔치 희망교 인근에 3,300㎡ 규모의 자전거 교육장이 들어서, 하루 3회 시민들에게 자전거 타는 방법과 주행요령, 교통법규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대구 달성군 대니산에 8.7㎞ 길이의 산악자전거 코스가 들어섰고, 금호강과 낙동강 인근에도 자전거도로가 생긴다. 또 달서구는 성서공단 근로자와 주민들을 위해 3.8㎞의 달서대로에 기존 차도를 축소,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키로 하는 등 자전거가 주력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빌리지로 조성되는 곳은 세계육상대회 선수촌 뿐만 아니다. 12개 공공기관이 들어설 대구 동구 혁신도시는 미래형 환경도시의 모델이 된다. 공공기관 청사와 공동주택은 모두 남향으로 배치, 태양에너지 설비를 의무화한다. 단독주택도 옥상에 잔디를 깔거나 나무를 심도록 해 선진국 대도시 수준인 1인당 10㎡ 이상의 녹지율을 확보한다.
대구시는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 옥상을 푸른 정원으로 바꾸는 '옥상녹화사업'을 위해 21일∼5월 3일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3월 이전에 준공된 건물 중 옥상 면적이 30㎡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으며 전체 조성비용의 절반을 지원 받는다.
2013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는 대구의 녹색사업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대구시는 세계 94개 회원국의 정부 관계자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 4,000∼5,000명이 참석하는 이 대회를 통해 그린에너지 보급실태를 홍보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국가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2월 초 에너지관리공단과 저탄소 녹색성장 기반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대구시는 2017년까지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신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 시범단지'를 조성한다. 또 국내 최초의 타워형 태양열 발전소도 대구에 들어선다. 대구도시가스는 2011년까지 2만여㎡ 부지에 높이 60m의 200kW급 태양열발전소를 설치키로 하고 부지를 물색 중이다.
대구는 1996년부터 푸른대구가꾸기사업을 벌여 도심을 녹색으로 바꾸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2006년까지 1,000만그루를 심었고 올해 147만그루 등 2011년까지 400만그루를 더 심기로 했다. 또 96년부터 지난해까지 491곳의 담장 21.7㎞를 허물었고, 올해도 계산성당 등 46곳의 담장이 사라지며 신천동로와 영신고 등 도심 곳곳이 담쟁이로 뒤덮일 예정이다.
■ 김범일 대구시장
"기후변화 녹색성장은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 인류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글로벌 어젠다인 만큼,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저탄소 대회'로 치러 환경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을 높이겠다."
2000년 '솔라시티'를 선언한 대구는 2004년 제1회 세계솔라시티 총회를 연데 이어 2013년에는 세계에너지총회(WEC)도 개최한다. 그만큼 녹색성장에 대해 관심이 크기 때문인지 김범일(59) 대구시장은 "'녹색성장 선도도시'로 전 세계에 각인될 수 있도록 대구를 디자인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이를 위해 '그린대구(Green Daegu) 21' 청사진을 마련했다. 2000년 기준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1년까지 11%, 2020년까지 20%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에너지 수요의 10%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론 대구테크노폴리스를 신재생에너지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100개 기관이 참여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컨소시엄을 추진하는 한편, 수소연료전지 보급, 에너지 핵심부품소재 집적단지도 조성한다.
지난달 27일에는 STX중공업과 '그린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상호협력'을 맺고 기존 선박용 디젤발전기를 대체할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나섰다.
김 시장은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기체 상태에서 연소시켜 전기를 얻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며 "'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에너지총회 유치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세계 에너지산업을 선도하고, 대구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도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존 산업단지도 녹색성장 위주로 체질을 개선한다. 성서산업단지에는 '에너지 비즈니스파크'를 조성, 온실가스 목록 구축과 에너지과학기술센터 건립 등 에너지 효율화사업을 전개한다. 또 폐자원 에너지화를 위해 음식물쓰레기 바이오가스화 사업과 소각장 폐열 이용사업도 벌인다.
그는 "국내 산업현장의 에너지 효율이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에너지관리공단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공급 받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녹색도시를 위한 변신은 이미 교통 분야에서 시작됐다.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대구역 1㎞의 왕복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전용지구 프로젝트'가 올해 10월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현재 차량 속도가 시속 10㎞에 불과한 이 도로에는 앞으로 시내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만 다니게 됩니다. 차량속도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기존 차도가 인도로 바뀌면서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도로로 바뀌는 겁니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자전거 붐으로 이어진다. 김 시장은 지난달 15일 자전거를 타고 시민들과 어울려 11㎞를 달리며 자전거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김 시장은 "탄소배출 제로 도시를 앞당기는 데는 자전거만한 교통수단이 없다"며 "탁상행정에 불과했던 기존 자전거 정책을 시민 위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구 시민들이 저탄소 녹색성장 선도도시 조성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녹색성장포럼'과 '대구녹색생활시민실천단'을 구성하는 등 민간 차원의 운동도 탄력을 받고 있다.
김 시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인류의 당면 과제"라며 "대구를 우리나라의 모범적인 녹색도시로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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