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책을 발표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지만 평가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채점과 성적 보고 과정에서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보인다. 개선책대로 일선 학교가 모두 OMR카드를 사용해 복수의 감독 입회 하에 시험을 치른 뒤 교육청이 채점단을 구성해 일괄 채점하면 채점 오류나 성적 부풀리기 등은 상당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전수평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답안지 900만 장 중 7.2%가량(65만 장)이 사라졌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은 2월 성적 발표 때와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역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찾아내 지원하려는 평가라면 표집평가를 해도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전수평가를 고집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전수평가가 초래할 학생ㆍ학교 간 점수 경쟁, 학교 서열화 등 부작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학업성취도 향상도를 학교평가에 반영하고, 미진하면 책임을 물을 경우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 문제풀이 학습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학교는 없을 것이다. 2011년과 2012년부터 각각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와 학업성취 향상도가 공개되고, 고교선택제까지 시행되는 상황에서 학교 서열화는 불문가지의 일이다. 이래서는 평가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모른 체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교과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에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와 표집평가의 정책목표 달성 효과에 대한 비교ㆍ분석을 의뢰해 그 결과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런 작업이 전제되지 않는 한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소모적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교과부는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졸속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진행해 파문을 야기한 책임자를 규명해 조치해야 한다. 개선책만 발표하고 얼렁뚱땅 넘어가기엔 파장과 충격이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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