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나온 두 덩어리 뭉칫돈(총 600만 달러)이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몫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에 대한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미국에서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건호씨는 12일 오전 여독도 풀지 못한 상태로 입국 몇 시간 만에 바로 대검 중수부에 출석했다. 수사팀은 이날 건호씨에 대해 14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으며, 앞으로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13일 오전 검찰에 다시 나오기로 했던 건호씨는 "몸이 좋지 않다"며 출석을 다음날로 미뤘다.
한 차례 참고인 조사로 끝낸 권양숙 여사와 달리, 검찰이 건호씨에 대한 조사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은 그가 600만달러의 의혹을 풀어줄 핵심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건호씨는 지난해 초 연철호씨와 함께 베트남으로 박 회장을 만나러 가서 500만달러를 함께 요청했다는 의혹과 함께, 노 전 대통령측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한테 받은 100만달러를 유학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검찰은 100만달러에 대해서는 사용처와 상관없이 노 전 대통령 사법처리 방침을 굳힌 만큼 건호씨를 상대로 500만 달러의 성격 규명에 전력투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 진술 등을 토대로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낸 돈'이라는 심증을 굳힌 상태다. 이에 맞서 건호씨와 연씨는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송금받을 당시 작성한 투자계약서를 제출하며 '정당한 투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계약서에 박 회장의 날인이나 서명이 없어 진본 계약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있다. 특히 검찰은 연씨가 만든 버진아일랜드 창업투자회사 '엘리쉬&파트너스'에 건호씨가 일정 지분을 확보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건호씨가 실제로 자신의 돈을 출자하지 않고 공짜로 지분을 확보했는지,실제로 출자를 했다면 그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외견상 투자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건호씨 측이 500만달러를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재투자 형식으로 위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씨 등이 이처럼 복잡한 투자구도를 제시함에 따라 500만달러의 진실규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도 "해외거래는 자금이 두 번 이상 굴러가면 추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실토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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