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는 동네 상인들에게 13일 또 한번 한숨을 내쉬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세계의 슈퍼마켓 사업 진출 선언. 앞서 뛰어든 롯데쇼핑, 홈플러스, GS리테일에 이어 신세계 이마트까지, 이젠 골목상권까지도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내줘야 할 판이다. 동네 슈퍼마켓과 가게 주인들로선 정말로 설 땅 자체가 없어질 지도 모를 상황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 사업성이 있으면 할 수 밖에 없는 게 기업의 생리이고, 대형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사실 정도는 이들 소상인들도 잘 안다.
이들을 정작 화나게 하는 것은 정부다. 그 많던 동네 가게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데도, 정부가 해준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대형 유통업체들의 영업시간이나 판매품목이라도 일부 제한해달라고 수없이 요청했지만, 정부는 "대기업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인위적 영업규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얘기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왔을 뿐이다. 종종 자금지원대책이 나오긴 하지만 글쎄, 그 돈의 혜택을 본 상인들이 얼마나 될는지.
초록은 동색이라고, 정치권도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 '재래시장ㆍ소상인 지원와 보호'는 이젠 듣기도 지겨운 선거용 구호일 뿐이다.
재래 시장이든 구멍가게든 문을 닫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점에 그대로 노출된 사람들이다. 그냥 시장원리, 구조조정의 잣대를 들이대선 곤란한 계층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권도 이 문제만큼은 '머리' 못지않게 '가슴'으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 지역 슈퍼마켓 협동조합간부의 말이 생각난다. "그런데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들이 소상인 문제에 정말로 관심은 있는 것일까요?"
경제부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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