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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노사 뭉친다/ <하> 노사 선진화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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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노사 뭉친다/ <하> 노사 선진화로 가는길

입력
2009.04.1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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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100년 역사의 제너럴모터스(GM)가 결국 파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GM에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하라고 통보했고, 이 여파로 GM 주가는 당일 16%나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GM의 몰락 원인을 후진적인 노사 관계에서 찾는다. GM을 비롯한 미국 '빅3'의 노조는 회사가 망해가는데도 복리후생에만 집착했다. 경영진 또한 품질 경쟁력 제고는 뒷전으로 미룬 채 자가용 제트 비행기를 이용하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다. 결국 경영진은 쫓겨나듯 불명예스럽게 퇴진했고, 상당수 근로자들도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GM의 교훈이 아니더라도 국내 자동차 업계에 노사관계 선진화는 절대절명의 선결 과제이다. 사실 불황의 여파가 위세를 더해가던 연초만 해도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대차 사측은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을 이유로 노조 동의 없이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고, 노조는 대안도 없이 사측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그 결과 노사간 불신은 더욱 심화했고, 판매량 감소폭도 더 커졌다.

하지만 노사가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현대ㆍ기아차 노사가 최근 일감 나누기 차원에서 공장간 생산차종을 교류하는 혼류생산 돌입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는 노사 선진화로 가는 첫 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현대차 노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GM를 제친 일본 도요타의 경우 선진화된 노사관계를 통해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2년 연속 영업적자가 예상되는데도 시장에서 도요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요타 노조는 올해 초 판매 부진으로 회사의 영업적자가 심화하자 주4일 근무제 도입을 먼저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조의 희생정신이 시장의 신뢰를 이끌어낸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1993년 10억유로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처했던 폴크스바겐도 선진적인 노사관계가 빛을 발해 위기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사측은 위기 타개를 위해 전체 종업원 12만명 중 5만명 감축,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공장 이전 등 충격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조는 반발하지 않았다. 대신 소득보전 없는 근로시간 단축(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간 12%의 소득 감소에도 불구, 근로자 10만3,000명이 2011년까지 고용을 보장 받을 수 있었고, 그 새 공장 가동률은 70%에서 95%(2007년)로 향상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노사간 상생이 없다면 결국 GM처럼 공멸할 수밖에 없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조가 지금 불안해 하는 것은 고용에 대한 불확실성이고, 사측이 우려하는 것은 노조의 과격한 활동과 이에 따른 생산ㆍ공급 차질 등 미래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며 "이 두 불확실성을 동시에 제거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사측은 노조에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노조는 사측에 과격한 노조활동 자제 선언 등의 '빅딜'을 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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