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안준호 감독은 13일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어김없이 '오늘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라커룸 분위기를 일순간에 녹여준 '오늘의 사자성어'는 '다다익선'(多多益善). "공격루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라며 미소 짓는 안 감독의 얼굴에는 어느새 여유마저 흘러 넘쳤다.
최고 외국인선수 테렌스 레더의 강력한 골밑 공격과 알고도 당한다는 강혁-애런 헤인즈의 2대2 플레이,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려주는 베테랑 이상민까지. 삼성의 공격루트는 차고 넘쳤다.
정규리그 4위팀의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 다양한 무기를 장착한 서울 삼성이 프로농구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
삼성은 1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울산 모비스를 82-72로 꺾고 3승(1패)째를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이로써 삼성은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이자 최근 네 시즌 중 세 시즌을 챔프전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반면 모비스는 프로농구 출범 이후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프전에 진출하지 못하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삼성은 원주 동부-전주 KCC전 승자와 18일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전반을 35-38, 3점 차로 뒤진 삼성의 관록은 후반 들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쿼터 초반 3개째 반칙을 범하며 벤치로 물러났던 레더가 작정이나 한 듯 모비스 골밑을 맹폭했다.
3차전에서 강혁과 함께 절묘한 2대2 플레이로 42점을 올린 헤인즈 역시 득점포에 시동을 걸었다.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던 경기는 삼성이 3쿼터를 28-17로 리드하며 순식간에 삼성 쪽으로 넘어갔다.
탄탄한 조직력과 스피드로 선전을 이어오던 모비스의 젊은 선수들은 급격히 흔들렸다. 김효범은 일찌감치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났다. 함지훈은 6득점으로 꽁꽁 묶였고, 박구영은 패스미스를 연발했다. 모비스는 승부를 가른 후반에만 9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하고 말았다.
개인 통산 일곱번째 챔프전에 진출한 이상민은 "후배들이 나에게 큰 선물을 줬다. 좋은 기회를 잡은 만큼 자신감을 갖고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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