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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상해임시정부와 '민주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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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상해임시정부와 '민주공화국'

입력
2009.04.15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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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해마다 이 날이면 가슴이 뛴다. 90년 전 1919년 이 날은 중국 상해(上海)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이다. 1910년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강탈당한 조선의 백성이 갖은 탄압과 모진 고난에 억눌려 살다가 나라 되찾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분연이 일어선 해, 1919년. 요원의 불길로 전 강토에서 떨쳐 일어난 3ㆍ1 독립만세운동이 대한민국임시정부라는 결실을 맺었다.

"조선에 나라가 있다"고 선언

1904년 29세의 청년개혁가 이승만이 한성 감옥에서 목숨 걸고 숨어 쓴「독립정신」을 읽어본다. 당시의 국제정세를 꿰뚫어보고 대한제국이 백척간두(百尺竿頭) 위기에 처한 것을 걱정하며 선우(先憂)단심(丹心)으로 쓴 피맺힌 글이다. 나라를 빼앗기더라도 백성이 깨어 있고 동포 개인 마다 '독립'을 가슴속에 새기면 위기에 처한 대한제국의 독립과 권리를 영원보전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승만은 나라를 빼앗기자 급히 귀국하여 독립투쟁에 몸을 던진다.

1919년 4월 상해 임정은 최초의 헌법인 '대한민국임시헌장'을 공포하고 '국민'의 신임으로 조직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임을 천명했다. 내각제 정부의 임시의정원장은 이동녕, 국무총리는 이승만이었다. 건국 이래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는 국호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도 이를 잇고 있다.

1919년 9월 임정은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임시헌법'을 선포한다. 헌법문서에 '헌법'(憲法)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도 이때다. 총 58개조인 임시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 있으며, 대한민국의 강토는 구한제국의 판도로 한다고 천명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정하고, 대통령제를 채택하여 임시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의 주권행사를 위임했다. 1925년 3차 개헌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다시 천명했다.

1910년 우리는 일본의 무력과 협박 속에 나라를 빼앗기고 국왕까지 그들에게 독살당하는 처참한 역사를 겪는다. 국제법상 온전한 국가란 영토와 주민과 이를 통치하는 정부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은 조선의 정부를 병합했기에 조선에는 나라가 없다고 했다. 지금도 역사교과서까지 조작하여 조선병합은 합법적이라고 우긴다.

일본이 총칼로 조선을 강탈했지만, 단군 이래 가꾸어온 강토와 백성은 건재했다. 문제는 이를 통치하고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정부가 사라진 것이다. 국제적으로 한반도가 일본의 것이 아니고 합법정부가 건재함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일본은 철저하게 탄압했다. 그러나 1919년 우리 국민은 드디어 죽음을 무릅쓰고 떨쳐 일어나 조선에 나라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이다.

국가가 존재하려면 헌법이 필요하다. 일본도 1889년 헌법을 제정했다. 임정이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계속 헌법을 보유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임정은 일본의 탄압으로 상해를 떠나 항주(杭州), 진강(鎭江), 장사(長沙), 광주(廣州), 유주(柳州), 기강(綦江)을 거치는 대장정을 거쳐 나중에 중경(重慶)에 자리를 잡았다. 비상체제하에서 1927년 개헌을 하여 50개 조항으로 된 '대한민국임시약헌'을 만들고, 1940년에 다시 개헌을 했다.

세계 유일의 '26년 독립운동'

광복 직전 1944년에는 5차 개헌으로 '대한민국임시헌장'을 만들었다. 이 임시헌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으로 시작하는 제1장 총강, 제2장 인민의 권리의무, 제3장 임시의정원, 제4장 임시정부, 제5장 심판원, 제6장 회계, 제7장 보칙으로 구성된다. 이 헌법은 1948년 대한민국헌법의 제정에 많은 영향을 준다.

한반도에 영토와 주민이 있고, 헌법을 가진 임시정부가 건재한다는 점, 그리하여 일본의 지배가 사라지면 곧바로 정식 국가를 출범시킨다는 것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임시헌법이 갖는 의미이다. 26년간 독립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한 세계 유일의 임시정부를 제대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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