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5월 첫째 일요일, 서울 종묘에서는 종묘제례(중요무형문화재 1호)를 올린다. 조선의 왕실 사당인 종묘에서 역대 왕들에게 바치는 제사인 만큼 종묘제례는 엄격한 절차에 따른 의식이 볼 만하거니와, 거기에 따르는 음악과 춤인 종묘제례악의 장중함 또한 전통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 단오인 음력 5월 5일을 전후해 열리는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13호)는 영동 지방의 가장 큰 축제로, 대관령 산신을 모시는 제사와 함께 큰 굿판을 열어 춤과 음악, 연희로 즐겁게 놀며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빈다.
국립국악원이 종묘제례악과 강릉단오굿을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 구전 및 세계무형유산 걸작'이기도 한 두 의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다.
종묘제례악은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늘 해 온 것이지만, 16일 선보일 무대는 일제강점기 이후 끊어졌던 현악기 선율을 살리는 등 음악을 조선 초기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것이 특징이다. 악기 종류와 숫자가 축소된 채 내려오던 것을 원상 복구함으로써 종묘제례악이 가장 웅장하고 장엄했던 시기의 모습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현삼죽(현악기와 대나무 악기 각 3종) 중 삼현(가야금,거문고, 향비파)을 비롯해 특종, 특경, 노고, 노도 등 전승이 단절됐던 악기를 추가한다. 또 종묘제례악의 악기 배치법인 등가(댓돌 위 높은 곳에 자리잡는 악기들)와 헌가(댓돌 아래 뜰에 편성하는 악기들) 중 헌가의 본래 편성을 되살린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헌가는 본래 동, 서, 북쪽에 편경과 편종을 한 틀씩 3세트를 배치해 다른 악기를 에워싸게 돼 있으나, 그동안 일자형으로 1세트만 놓고 연주해 왔다. 옛 문헌과 자료에서만 볼 수 있던 악기인 생황 3종(생, 우, 화)도 복원ㆍ제작해서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 공연 시각 오후 7시 30분.
종묘제례악이 왕실의 위엄에 걸맞은 형식미를 갖춘 것인 데 비해 강릉단오굿은 민속음악의 바탕인 굿의 매력이 넘치는 의례다. 이 굿의 예능보유자인 큰무당 빈순애씨 등 강릉단오제 보존회원 40여명이 17일 오후 5시부터 공연한다.
강릉단오굿의 음악은 장단이 독특하고 화려할 뿐 아니라 춤사위 또한 아주 볼 만하다. 굿이 다 그러하듯, 부정을 치워 자리를 깨끗이 한 다음 신을 맞아 잘 대접하고 즐겁게 놀리고서 떠나보내는 절차로 돼 있다.
강릉단오굿에서 무당이 굿을 할 때 한편에서는 관노 가면극이 벌어진다. 양반, 소매각시, 장자마리, 시시딱딱이가 가면을 쓰고 나와서 관객을 웃기고 즐겁게 한다. 관노 가면극은 전통 연희 중 유일한 무언극이고, 내용이 여느 가면극과 전혀 다르며, 관청 노비들이 놀던 것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문의 (02)580-3300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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