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시 자동차 업계에 으름장을 놓았다. 기획재정부가 13일 "향후 노사관계의 진전 내용이나 평가에 따라 세금감면을 조기 종료할 지 여부의 검토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노후 차량을 신차로 교체할 때 세금 감면을 해주는 것에 대한 세부 이행 방안의 하나다. 다소 어렵게 표현을 했지만, 결국엔 이런 엄포다. "자동차 업계 하는 데 따라서 세금 감면 조치를 조기에 중단할 수도 있다.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겠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별반 놀라는 기색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으름장은 빈 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수단이 마땅찮다. 국회에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세금 감면을 해주기로 법(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고 나면, 아무리 자동차 업계가 마음에 안 들어도 정부 마음대로 조기 종료를 할 수는 없다. 정부는 "법안에 조건부 감면을 명시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처럼 불명확한 조건을 법안에 명시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무엇보다 조기 종료 시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연말까지로 못을 박아 발표를 한 이상,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는 지금 실탄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허한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원죄 탓이다. "노사 자구노력이 있어야 세금 감면을 해주겠다"던 당초 발언에 대한 뒷수습 차원인 셈인데, 수습이 되기는커녕 외려 부작용만 커질 판이다. 정작 압박을 받는 건 자동차 업계 노사가 아니라, 도대체 언제까지 혜택이 주어지는 건지 헷갈려 하는 소비자들이니 말이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바로잡을 생각은 않은 채 이렇게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정부의 위신, 그리고 정책에 대한 신뢰만 더 추락할 뿐이다.
경제부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