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중국 국무원이 내놓은 발표 하나가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위안화를 대외결제무역 통화로 사용하는 시범지역으로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둥관(東莞) 등 5개 도시를 선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도시가 중국 전체 해외무역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를 넘는다. 때문에 이 뉴스는 위안화를 미국 달러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드러낸 첫 조치로 해석됐다. G20 런던 정상회의에서 숨겼던 발톱을 세우고 '팍스 위아니움'을 향한 대장정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 위안화의 공세는 지난달 말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이 "달러화나 유로화 등 특정국가 통화의 지배력을 줄일 수 있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새로운 기축통화로 삼아야 한다"고 공개 주장하면서 불이 붙었다. 미국이 즉각 반박했지만, 러시아의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달러가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했다"고 거들고, 브라질 인도 아르헨티나 등도 가세해 달러는 코너에 몰렸다. 중국 전국시대의 책략가 소진(蘇秦)이 강대한 진(秦)나라에 맞서기 위해 6개국 연합전선을 이끌어낸 '합종술(合縱術)'을 연상케 했다
▦ 하지만 중국은 G20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이 전국시대 소진과 동문수학한 진나라의 장의(張儀)가 설파한 연횡술(連衡術ㆍ6국 연합을 깨기 위해 각국과 횡으로 동맹을 맺는 외교책)을 동원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부추긴 까닭이다. 중국이 SDR를 슈퍼통화로 삼자는 것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 통화의 가중평균으로 산출하는 현재 SDR방식 대신 중국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SDR를 만들려는 의도이고 궁극적으로 '차이나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시나리오라는 점을 동조세력들에게 집중 부각시킨 것이다.
▦ 모반은 실패했어도 중국은 메가파워의 지위를 확실히 굳혔다. 'G2', 혹은 '후오회(胡奧會)'란 용어가 거부감 없이 쓰이는 것은 그 반증이다. 전자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쓴 표현이고, 후자는 중국 언론들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수석과 오바마(奧巴馬) 미국 대통령의 첫 만남을 표현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엊그제 나온 기획재정부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무너진 '워싱턴 컨센서스' 자리에, 세계를 중국식 시장경제 모델에 편입하려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G20 주도' 운운할 때가 아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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