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억세게 운이 좋았을 뿐인데…."
CJ인터넷 프리우스 개발팀의 정철화(41·사진) 부장. 출시 5개월 만에 해외 수출 계약금액만 수백억 원대에 달할 정도로 대박을 터트린 판타지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프리우스온라인' 개발자인 그는 성공 비결을 '하늘이 도왔다'는 말로 대신했다.
평화로운 가상 대륙을 배경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프리우스온라인은 CJ인터넷 개발팀이 2년 반에 걸쳐 약 100억원을 투자, 지난해 10월 출시됐다. '감성' 이미지에 '아니마'란 파트너 캐릭터를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MMORPG란 장르에 접목시켰다. 그바람에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고 출시와 동시에 게이머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침체기에 빠져 있던 당시, 국내 온라인 게임계에 변곡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히트작이다.
10~20대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인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불혹을 넘긴 그는 사실, 이 바닥에선 '노장 선수'에속한다." 올해로 꼭15년째가 되네요. 컴퓨터(PC) 통신 시절부터 온라인 게임 개발에만 매달렸으니까요."
'그저 제대로 된 온라인 게임 하나 만들어,다른 사람들과 즐기고 싶다'며 17년전 대전에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그는 사실상 게임 개발 1세대나 다름없다. 신문배달 등의 아르바이트로 생활고를 해결해 가면서 온라인게임 개발에 입문해 오늘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일까. 그는요즘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를 보고 있노라면 걱정부터 앞선다.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프라를갖추려는 노력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결과만 얻으려고 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닌텐도 게임기'가 하루 아침에 나온 게 아니거든요. 거기에는 30년 가까이 피와 땀이 들어간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열매만 보고 있어요. 당장, 게임 개발 인력을 찾으려고 해도 사람이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항상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게임 개발 인력 육성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선 현재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위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아울러 '바다 이야기' 사건 이후, 아직까지 국내 전체 게임계를 휘덮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란 지적도 곁들였다". 폭력성이나 도박성을 가미한 일부 게임에 가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 할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가려지고 있습니다. 이젠 온라인 게임은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해요. 일반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않고선, 온라인게임 발전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신세대 젊은 개발자들이 범할수있는 오류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쉽게 얻은 기쁨은 빨리 사라진다'는말이 있잖아요.' 열정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후배들을 보고 싶습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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