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들 너도나도 증시로… 5주연속 급등 과열 양상
#회사원 김모(34)씨는 9일 주식투자를 감행했다. 몇 년간 쓰지않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다시 가동한 것이다. 그는 "계속 살까 고민했는데 8일(코스피지수 -2.93% 하락) 조정을 보고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사흘 새 그의 수익률은 10% 후반. 현재 그의 고민은 "더 들어갈까, 말까" 이다.
#최근 강남 일대 증권사 객장엔 도시락 부대가 다시 출현했다. 중년이상 주부들이 오전부터 장이 끝날 때까지 진을 치고 앉아 개별 종목의 주가 흐름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증권사 직원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정보도 귀동냥한다. 13일 여의도 객장에서 만난 이모(72)씨는 "TV에서 주가가 올랐다고 하도 떠들어서 오랜만에 나와봤다"고 했다.
증시가 후끈 달아올랐다. 코스피지수는 5주연속 상승랠리를 펼치고 있다. 1,000대에 머물렀던 지수는 300포인트 가량 치솟으며 1,330선에 안착했다. 거래대금(양대 시장 합산)은 200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섰다.
상승 폭과 거래규모만으로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 실제 과거에도 5주간 상승한 뒤와 거대대금이 10조원을 돌파한 이후엔 큰 폭의 조정이 있었다. 개인들의 직접투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10일 전체 거래대금 중 개인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주식투자를 못해 안달이 난 분위기다.
수치와 정황상 우리 증시는 이미 '과열'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상승이 있으면 하락도 동반하는 게 증시의 생리. 더구나 최근 같은 급등세라면 낙폭의 골은 더 깊을 수 있다는 게 오랜 경험칙이다.
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향후 투자전략을 물었다. 과열이라는 데는 얼추 이견이 없었으나 대응방식은 달랐다.
● 이제 차익실현을 하라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320~1,540이면 과열권이라고 보는데, 이미 그 구간에 들어왔으니 이제 주식을 현금으로 바꾸라"고 권했다. 더 욕심을 내기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간 과도했던 낙폭을 해소하는 과정은 거의 다 온 것 같다"며 "원래 증시는 정상 내재가치보다 늘 과열 양상을 보이지만 최근 급등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대세상승을 논하기엔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락 위험만 있고, 상승 기대는 거의 없는 수준이니 이쯤에서 차익실현을 하라는 얘기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부분적인 정리"를 제시했다. 그는 "코스피는 3월초대비 35%, 코스닥은 작년 저점대비 100% 오른 걸 감안하면 과열이 분명하다"며 "지금 단계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더 안 좋을 일만 남았으니 1,400을 꼭지로 정리를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 오히려 조정이 오면 사라
반면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센터장은 "유동성과 환율 효과를 간단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실질금리 마이너스를 참지 못하고 위험자산(주식)으로 이동하는데다, 환율 덕에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외국인이 느끼는 우리 증시의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열보다는 가파른 속도 때문에 숨 고르기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상승을 반납할 징후는 없으니 조정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경기회복 가능성에 기반을 둔 실적 장세를 점치는 의견도 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100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건 감수하더라도 실적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정보기술(IT) 자동차 정유 등 (상승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경기민감주 등은 여전히 유망하다"고 말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조정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1,550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 시점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발표(14일부터), 우리 기업의 실적시즌(이번 주), 미국 GM의 처리문제 등 투자심리를 흔들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 강남 재건축 "사자" 열풍… 집담보 대출 2년만에 최고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패닉 상태에 있던 세계 경제가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봄기운이 돌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강북 일부 뉴타운의 집값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06년 11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변화를 반증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 업계에서 '지금이 집을 사야 할 때인지 아닌지'에 대한 '집값 바닥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역과 주택형에 따라 다르지만, 아직은 (매수하기에)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일부 지역에서 값이 오르고는 있지만 이는 재건축 규제완화, 제2 롯데월드 건축 허용, 저금리 등 외부 단기 호재에 따른 영향이지, 주택시장 자체의 응축된 에너지가 분출된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외부 요인에 의한 단기 상승의 성격이 커 외부 충격에도 언제 다시 시장이 급냉각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저금리에 각종 규제 완화 조치까지 취해지면서 강남권 재건축의 급매물이 회수되고, 전세금이 오르는 등 저점으로 볼 수 있는 요인들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주택경기는 자체 수요보다는 외부 요인에 더 좌우되기 때문에 추가 상승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3월부터 기존 대출자들이 저금리를 등에 업고 급매물을 회수했지만 하반기에도 국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처분 수요로 급매물이 다시 쏟아질 수 있다"며 "(실수요자는) 그 때까지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가격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올라간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추격 매수를 자제할 것을 강조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는 올해 초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조치로 단기 급등하면서 최고점이던 2006년 말 대비 90% 이상 가격이 올라간 상태"라며 "추가 상승할 요인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저가 메리트까지 사라져 당분간 관망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함 실장은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은 강북의 한남동, 성수동의 급매물은 2~3년의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매수를 고려해도 된다고 전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단기 급등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저가 매수를 할 만한 단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강남 재건축 단지는 당분간 추가 상승이 힘든 게 사실이지만 일반 아파트는 아직 고점대비 25~30%정도 낮은 수준이라 매수를 고려해 볼만하다"고 했다.
그는 저가 메리트가 있는 지역으로 지난해 폭락세를 보인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중소형 평형과 판교신도시, 향후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강남의 일반 아파트를 추천했다. 아직 추세적 상승의 에너지가 부족한 만큼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보는 인내와 혜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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