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접속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인가, 책임이 동반되는 특권인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3일 세계가 개인의 인터넷 접속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각국 정부들은 인터넷에서 불법 복제ㆍ다운로드한 개인들의 인터넷 접근을 차단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지만 네티즌과 인권 단체들은 이를 기본권 제한으로 규정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저작권을 보호 받으려는 콘텐츠 제공업체들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불법 다운로드로 큰 손해를 본다며 각국 정부에 규제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불법 다운로드로 20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안 마련에 착수했고, 유럽에서 인터넷 이용률이 가장 높은 스웨덴은 불법파일을 공유한 네티즌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지식재산권 강화지침을 시행중이다.
강력한 불법 복제 규제론자인 존 필립 케이 뉴질랜드 총리는 "미 서부개척시대처럼 저작권자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 공로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차단이 기본권 침해는 물론 검열에 따른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여론 조작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의회가 3번 불법 다운로드한 네티즌에 대해 인터넷 접근을 막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3진아웃'규제법안을 부결한 것은 '보호될 경제적 이익' 보다 '희생될 정치적 이익'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각국 정부가 불법복제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속내는 특정 정치 세력들을 인터넷에서 퇴출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무성하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달 "한국 등 민주국가에서도 이미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터넷 장막을 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친북 성향 등 특정 정치적 목적을 담은 인터넷 사이트를 합법적으로 검열ㆍ차단하고 있다.
인도도 정치적 급진주의의 도구로 이용되는 사이트를 검열하고 있다. 2003년부터 웹사이트 차단 권한이 있는 컴퓨터위기대응팀을 만들어 검열하고 있고 블랙리스트에 한번 오르면 불복할 수 있는 행정 절차조차 없다.
인권 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인터넷 접속의 자유가 정치적인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장점이 있는데도, 더 많은 정부들이 인터넷 사용자들을 감시하고 검열하면서 처벌하기 위해 다양하고 정교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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