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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전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투쟁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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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전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투쟁선언

입력
2009.04.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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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 글을 통해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제 올린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며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는데, 구차하고 민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도 노 전 대통령의 주장과 해명이 진실에 부합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참담한 기분인 국민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사실들만으로도 그런 믿음과 기대는 접을 수밖에 없다. 권양숙 여사는 100만 달러 등 13억원을 박연차 씨로부터 받아 빚 갚는 데 썼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많은 돈을 남편 모르게 받았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지만, 어떤 빚을 왜 달러로 갚아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노 전대통령의 조카사위 회사 투자금 형식으로 건네진 500만 달러도 의문 투성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과 정부의 부당한 압력과 회유 때문에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제가 져야 할 것"이라며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이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아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던 두 번째 글에서 몇 발 더 나간 투쟁 선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의 '허위진술' 주장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범죄 연관성을 의심하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합리적 의심에 대해 사실과 증거로 결백을 입증할 책임은 노 전 대통령에게 더 있다. 그런데도 홈페이지 글을 통해 검찰과 일전을 벌이려 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방책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신중하고 진실된 처신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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