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64ㆍ구속)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측에 건넨 600만달러의 성격규명을 위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36)씨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이날 14시간 이상 강도 높게 조사를 벌인 건호씨에 대해서는 13일 오전 다시 소환해, 필요하면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도 이르면 이번 주 중반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2일 "어제 권 여사를 부산지검으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홍 기획관은 "예우 차원에서 비공개 수사했으며 충분히 조사를 했기 때문에 추가 소환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검찰조사는 2004년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한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 이어 두 번째다.
권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통해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2007년 6월께 자신이 박 회장에게 먼저 돈을 요청해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달러로 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용처와 관련해 차용증이나 채무변제 영수증 등의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100만달러를 요청했다"는 내용의 박 회장 진술 등에 따라 100만달러는 사실상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고있다.
홍 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조사와 관련해 "방법이나 시기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검찰 관계자는 "권 여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만큼 늦춰질 이유가 없다"며 "이르면 주 중반에 소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 해 2월께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에게 송금한 500만달러를 공유했는지 또는 사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만달러의 일부 또는 전부를 건호씨에게 유학ㆍ생활자금으로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건호씨는 "500만달러의 전달과 사용에 관여한 적 없으며 100만달러의 존재도 최근에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외국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던 연씨를 이날 석방했으며 건호씨도 조사를 마치는 대로 돌려 보낸 뒤 두 사람 모두 한 두 차례 더 소환할 계획이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00만달러와 별도로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건넨 3억원도 권 여사가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이영창기자 av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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