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11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돈 수수 의혹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역대 영부인과 검찰의 악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영부인 가운데 처음으로 검찰에서 조사받은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였다.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던 검찰은 일부 자금이 전 전 대통령의 처남 등 친ㆍ인척 명의로 흘러간 흔적을 발견하고 참고인 자격으로 이 여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당시 검찰 조사결과 이 여사는 남편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30억원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이 돈을 국가에 반납했다.
권 여사나 이 여사 외에 다른 영부인도 구설수에 오른 적이 많지만 대부분 소문에 그쳐 검찰 조사까지 가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1999년 옷 로비 사건 관련설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여사는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에게서 고가의 옷을 선물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특검까지 도입됐지만 직접 조사를 받는 수모는 겪지 않았다.
김영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식들이 문제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부인이 구설수에 휘말린 적은 없었다. 김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는 한보그룹 특혜비리 수사 당시 이권개입 대가 등으로 66억원을 받고, 14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김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는 관련설이 나오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도 딸 소영씨가 19만달러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자신은 무사했다. 김 여사의 고종사촌인 '6공화국의 황태자' 박철언씨가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도 김 여사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국회의원 후보에 공천되도록 도와 주겠다며 김종원 서울시버스조합 이사장에게서 30억여원의 돈을 받았던 것. 일부에서는 김 여사 관련설이 나왔지만 검찰 조사까지 가지 않고 해결됐다.
한편 권 여사의 소환 조사 소식에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공세의 고삐를 바싹 조였고,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대통령 일가 중 누가 돈을 받았던지 전직 대통령 일가가 돈 거래에 연루된 것은 수치"라며 "사법 책임 앞두고 가족의 뒤에서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대통령의 비겁함에 실망했다. 검찰은 빨리 전모를 밝혀라"고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민주계 출신 대변인으로서 망막하다"며 "정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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