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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점점 미국화" 개탄/ "냉정하고 품위 중시 전통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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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점점 미국화" 개탄/ "냉정하고 품위 중시 전통 어디로 갔나…"

입력
2009.04.1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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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을 소중히 여기고 어떤 고통 앞에서도 냉정하며 90세 노인이 되어서도 타이와 커프스단추를 잊지 않는 전형적인 영국인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신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고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항우울제를 처방 받는, 미국화한 영국인이 늘고 있다. AP통신은 12일 '영국은 미국의 51번째 주인가?'라는 기사에서 영국인이 전통과 본래의 습성을 잃고 미국화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골동품 상점이 몰려 있던 영국 런던의 킹스로드에는 조만간 미국 패션 체인인 앤트로폴로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1972년부터 이 곳에서 골동품 도자기를 판매해온 수 노먼은 AP통신에 "현재 첼시 지역에 남아 있는 골동품점은 3개뿐이며 이마저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골동품의 몰락은 영국 젊은 층이 영국식 전통보다는 미국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영국인의 미국화는 잦아진 정신과 진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냉정과 금욕을 특징으로 하는 국민성 탓에 영국인은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참고 견디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정신건강 관련 자선단체인 MIND는 2007년 영국 내 항우울증 처방이 3,400만 건으로 2년 전 2,700만 건보다 2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MIND의 앨리슨 코브 수석 정책국장은 "미국의 영향으로 우울증 치료에 대한 정보가 증가했고 특히 프로작과 같은 우울증 치료제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성형 수술도 증가했다. 2003년 가슴 축소수술을 받은 남성은 22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23명으로 늘어났다. 치과 치료를 꺼려 끔찍한 치아 상태로 유명했던 것도 옛말이다. 영국 치과의사협회의 조나단 포트너 대변인은 "톰 크루즈 같은 미소를 갖기 위해 임플란트, 미백 등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라고 말했다. 미국식 패스트푸드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경제 악화 속에서도 KFC의 매출은 올해만 14% 증가했다.

미국식 과소비도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런던대학교 역사학 교수인 마크 그랜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영국인의 구매력은 급격히 상승했는데 이는 미국식 과소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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