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만 남았다. 검찰이 11, 12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를 잇따라 소환 조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거의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권 여사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추궁이나 대질신문 없이 충분한 소명만 듣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져 사법처리의 목표가 노 전 대통령임을 분명히 했다.
권양숙 여사, 뭘 조사 받았나
검찰은 권 여사를 상대로 2007년 6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100만달러(당시 환율 10억원)를 요구하고 받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인지, 권 여사인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권 여사의 정확한 진술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밝힌 수준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의 집(권 여사)에서 갚지 못한 채무가 있어서 요청해서 받아서 썼다"는 사과문의 내용대로 권 여사 자신이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그러나 조사에서 권 여사에게 집중 추궁하거나 조목조목 캐묻기 보다 해명을 듣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100만 달러를 요청했고, 이후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로서는 노 전 대통령 조사에 앞서 굳이 권 여사에게 카드를 미리 내비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검찰은 권 여사를 상대로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이 용처로 언급한 채무가 무엇인지와 2007년 6월 30일 노 전 대통령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면서 돈을 가지고 나가 건호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 등이 대략적인 질문 문항이었다. 권 여사는 달러로 채무를 변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장황하게 진술했고 검찰은 굳이 반박하거나 따져 묻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노 전 대통령에 전력투구
검찰이 검사 2명을 부산지검으로 내려보내 11시간 만에 조사를 마친 것도 조사의 핵심이 권 여사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를 벗기 위해 권 여사를 내세웠다는 데 무게를 두고있다.
때문에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조사를 우선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전화통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통화내역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그가 직접 박 회장에게 전화한 통화내역 등 직접 증거가 없다면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있다.
노 전 대통령이 12일 재차 홈페이지를 통해 '일전불사'의지를 밝힌 대목도 검찰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직접 증거가 없다면 노 전 대통령의 주장과 박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한 검찰의 주장이 법원에서 팽팽히 맞서는 상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권 여사가 돈을 받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서는 '법리상으로 다퉈도 승산 있다'는 자신감마저 묻어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100만 달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한다는 데 흔들림이 없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권 여사가 돈을 요구하는데 관여했다면 뇌물죄의 공범일 뿐이지 주범은 아니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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