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국방위원회, 뜨는 장성택'
9일 끝난 북한 12기 최고인민회의 첫 전체회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노동당, 내각, 군부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국가 중추 권력기구로 국방위 위상을 재정립했고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에 임명, 그와 국방위를 통해 북한 체제를 움직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방위의 경우 1993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 주권의 최고 군사지도기관'으로 승격했고98년에는 '전반적 국방관리기관'이라는 위상이 추가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부위원장, 위원만 있고 실무 부서가 없는 비상설 협의 기구 수준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북한이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우면서 위상이 강화했고, 행정국 외사국 참사 등 실무 부서들이 신설되면서 김 위원장의 통치 원칙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게다가 지난 2월 김 위원장이 측근인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에게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을 겸임케 하고,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이 국방위 부위원장에 새로 임명되면서 국방위 위상 강화는 이미 예고됐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장 부장과 함께 주상성 인민보안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치안 정보 국방 전반에서 선군정치를 뒷받침하는 인사들까지 새로 국방위원에 임명, 국방위 위상 강화는 절정에 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노동당 영도체제 형식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국방위가 북한의 중추 권력기구로써 당ㆍ정ㆍ군을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2인자로 간주되는 장성택 부장이 국방위에 입성한 것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장 부장은 72년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당 경공업부장)와 결혼한 뒤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가 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95년부터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권세를 누리다 2004년 실각했으나 2007년 10월부터 다시 떠올랐다. 지난해 8월 김 위원장 뇌혈관 수술설 이후 김 위원장 후계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이번에 국방위원 자리까지 꿰찬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장 부장이 국방위원회를 실질 관장하면서 김 위원장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3대 세습 후견인 역할과 혼합형 집단지도체제 시험 운영 등을 통해 후계 체제 관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장 부장은 남한 물정과 국제사회 동향에 밝기는 하지만 국방위가 남북 및 북미관계에서 단기적으로 유화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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