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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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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나 봐라

입력
2009.04.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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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미국에서 7년 동안 생활했음에도 시숙은 여전히 진한 고향 사투리를 쓴다. 그의 첫 명함 한복판에는 '내씨더'라고 적혀 있었다. '접니다'란 뜻의 안동 사투리이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함께 표준말에 밴 우월성에 대한 반감 때문에 사투리를 버리지 않는 듯하다.

얼마 전 고향에서 가족들이 모였다. 주문을 하려는데 그가 한 손을 들고 종업원을 불렀다. "나 봐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그가 그 말을 했을 때 하대 투의 말로 알아듣고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안동을 떠나지 않은 언니들까지도 박장대소했다. 아직도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이 다 있냐는 것이다. 여기서도 다들 "잠깐만요"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반면 남편은 서울로 올라오던 열아홉 겨울, 청량리역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표준말이 나왔다고 했다.

안동에 전학 온 서울 여자애의 기억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 그의 표준말에는 상냥함이 배어 있다. 그의 목소리가 좀 사내다워질 때는 역시 사투리로 형과 대화할 때이다. 영어도 안동 사투리 억양에 실어 했다는 시숙이 얼마 전 촬영차 호남 지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서울말'이 나오더라고 했다. 고집스럽다 싶은 그의 고향말 사랑이 맥없게도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뿌리깊은 지역감정이라는 것이 '징헐' 뿐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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