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지음·이우창 그림/푸른숲 발행·163쪽·9,800원
"굼벵이처럼 쭈글쭈글한 그 살덩이를 덜렁거리면서 걸어오는데, 아유, 흉측한 건 두말할 것도 없고 언뜻 봐서는 그게 코인지 꼬리인지 분간조차 어려웠다니까."(11쪽)
조선 태종 11년, '코길이'를 처음 본 우리 선조들은 혼비백산한다. 꽁무니가 빠져라 내빼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며 "살려 달라" 애원한다. 조선 팔도를 뒤흔든 코끼리의 첫 등장이다.
<조선을 놀라게 한 요상한 동물들> 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동물들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어린이용 역사책이다. 딱딱한 문체 대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수한 사투리의 구어체로 실감나게 그려냈다. 조선을>
초승달 같은 눈을 졸음에 겨운 듯 느릿느릿 끔뻑거리던 코끼리는 사람을 다치게 해 전라도 앞바다의 섬으로 귀양가는 신세다. 몸뚱이에 솜뭉치를 두른 듯한 양은 선조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이 밖에 성종이 일본에서 건너온 원숭이에게 옷을 입혀주려다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힌 이야기, 숙종 때 궁궐에 들어왔다가 쫓겨난 낙타 이야기 등 다섯 가지 동물에 얽힌 진풍경이 담겨있다. 낯선 생명을 마주한 선조들의 모습이 순박하고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조선의 생활상과 문화가 자연스레 풀려나오는 각 에피소드 뒤에는 '역사 돋보기' 코너도 마련했다. 활을 만들기 위해 정책적으로 물소를 수입한 일, 종묘 제례를 비롯한 나라의 중요한 제사에 양을 제물로 올린 이유 등 사실(史實)에 눈을 틔워준다.
정영명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