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을 당초 2%에서 -2.4%로 대폭 수정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2%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데다 앞서 국내 주요 민간 연구소들도 -2%~-3%대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초 다른 기관보다 보수적으로 경기를 예측해 온 한은이 예상보다 덜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한은의 경제전망을 놓고 시장의 관심은 올해 경제성장률 자체보다 경기 저점과 경기 회복 속도에 쏠리고 있다.
■ 우리 경제는 겨울의 한 복판에 진입
한은이 발표한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는 혹독한 한파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대비 -4.2%로 하락세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에는 -0.6%로 감소 속도가 줄어들 뿐이다. 경기 악화 속도만 줄어들 뿐 반등은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경제지표 예상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민간소비(-2.6%)와 상품 수출(-9.9%)은 물론 설비투자(-18.0%)와 상품수입(-10.9%)의 증가율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29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그나마 건설 투자 증가율이 1.8%정도로 미미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 될 뿐이다.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고용대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은은 취업자가 2분기에 19만명이나 줄어들었다가 하반기에 조금 늘어나 연간으로는 13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여러 지표를 볼 때 올 한해 우리 경제의 바닥은 확인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회복기에 들어서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 성급한 경기 회복 기대는 금물
올해 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관건은 경기 회복 속도다. 한은이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5%다. 올해 -2.4%의 역 성장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2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제로(0)에 가깝다.
V자형 반등보다는 L자형 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국면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들어 제조업생산과 경기선행지수 등 몇몇 지표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경기 반등에 대한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이마저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호전돼야 가능하다. 내년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세계경제가 2%성장을 해야 한다. 특히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0.3%)과 중국(8.0%)이 예상대로 경기회복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부영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경기 회복이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한은 분석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체감경기가 최근 좋았던 2007년에 이르려면 내년을 넘어 2011년은 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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