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브록만 엮음ㆍ장석봉 등 옮김/갤리온 발행ㆍ568쪽ㆍ19,800원
희망은 언제나 강력하다. 온갖 비극과 불의와 참변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포기할 줄 모른다.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전진한다.
<낙관적 생각들> 에 실린 세계의 지성 160명의 목소리는 낙관 일색이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오래 묵은 난제들을 돌파할 것이며, 우리는 좀 더 살맛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고, 젊은이들은 세상을 더 근사하게 고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저마다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장밋빛 전망의 근거를 제시한다. 물론 현실이 녹록지 않으며 문제투성이라는 사실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그리고 세계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낙관적>
이 책은 세계의 석학과 젊은 지성들이 모여 토론하는 비영리재단 '엣지'(Edge Foundation)가 매년 초 발행하는 특집 '세계질문센터'의 2006년도 프로젝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낙관합니까? 이유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지식인들이 보내온 답변을 담고 있다. 프랭크 윌첵, 레온 레더만 등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들,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대니얼 골먼, 크리스 앤더슨, 존 호건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석학들뿐 아니라 위키피디아를 만든 래리 생어 등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젊은 지성들도 참여했다.
이들의 장밋빛 렌즈는 과학, 종교, 기술, 교육, 환경, 사랑과 결혼 등 광범위한 영역을 조망한다. 과학자들은 의학의 발달로 100세 청춘이 가능해질 것이고, 지구 온난화 문제는 청정 에너지 개발로 해결될 것이며,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다른 곳에서 살게 될 것이고, 지능 메커니즘의 비밀이 밝혀져 지능도 근육처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망원렌즈로 과거와 미래를 끌어당겨 본 지성들은 폭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도그마에 사로잡힌 종교는 신비한 위력을 잃을 것이고, 대중지성의 열린 공동체가 공동선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이거나 논란을 부를 만한 전망도 있다. 예컨대 <만들어진 신> 의 저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물리학이 만물의 최종 이론을 발견할 것이고, 그리 되면 종교나 미신은 최후의 일격을 받고 쓰러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인지심리학자 로저 쉥크는 "지식이 상품이 되는 시대는 끝날 것이고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지식은 만인의 공유 재산이 될 것이므로) "책, 신문, 학교 등을 통해 지식을 통제해온 지식 엘리트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발언들이 불편하게 들리거나 거의 재앙처럼 느껴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들어진>
이 모든 전망은 낙관의 근거가 분명한 것도 있지만, 희망사항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사실 "낙관주의는 확신과 소망 사이에 존재"(354쪽)하므로,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인간의 책임과 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필자들은 근본주의, 테러리즘,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문제, 소비 지상주의 등 오늘의 현안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함으로써, 그들의 낙관론이 헛된 상상에 그치지 않도록 막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 혹은 희망사항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장치들까지 충분히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그건 독자들이 생각해볼 숙제일 것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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