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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게이트/ 오해 피하려고 美유학까지 보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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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게이트/ 오해 피하려고 美유학까지 보냈는데…

입력
2009.04.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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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12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빗나간 부정(父情)이 아들에게 화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건호씨는 2002년 12월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날 기자회견을 자청,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몸가짐을 조심했다. 2006년 9월 잘 나가던 직장을 무급 휴직하고 가족과 유학길에 올라 미 스탠퍼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은 것도 대통령 아들로서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연 수업료 5만달러(당시 약 5,000만원), 월세 3,600달러(약 360만원), 생활비를 합해 비용이 연간 수억 원에 달하다 보니 자비로 충당하기에는 벅찼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돈의 상당액을 아들 뒷바라지에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사랑은 유별났다. 스스로 고백하듯 자녀교육에 실패한 죄책감 때문이다. 아들 건호, 딸 정연씨를 둔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 "큰 놈(아들)을 통해 교육은 부모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은 "성적 위주의 풍토에 과감히 도전장을 냈다.

아이들이 놀지 않으면 내가 데리고 놀았다"며 "하지만 고2가 되니 사정이 달라져 학교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성적의 중압감에 방황하던 아들이 동국대 화학과에 입학하자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다른 공부를 하고 싶으면 네 나이 40세까지는 책임지마. 정치를 그만둔 뒤라도 돈을 벌어 밀어 줄 테다"며 아들에 대한 깊은 회한을 드러내기도 했다.

건호씨는 군 제대 후 다시 연세대 법대에 들어갔고 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2002년 졸업해 LG전자에 입사했다. 고졸인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학벌타파를 얘기하면서도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니 기분이 좋다"며 들뜬 기분으로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해 평생 짊어졌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호씨의 부친에 대한 심정도 애틋했다. 그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어릴 적 잘못한 저의 엉덩이를 때린 아버지가 밤새 흐느끼시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파 대성통곡하다가 잠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투사 이미지로 비친 아버지의 숨겨진 인간적 면모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저는 정치인 누구누구의 아들이 아니라 그저 아버지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아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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