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가 지난 주말 조합원의 투표로 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 서울도시철도(지하철 5~8호선) 노조도 임시 대의원회의에서 상급단체 조항을 삭제한 데 이어 다음달 투표로 민노총 탈퇴를 결정하기로 했다. 민노총 핵심 조직인 공공운수연맹 소속 중량급 노조들의 탈퇴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
잇따른 민노총 탈퇴는 이미 지난달 NCC, 영진약품, 승일실업 등 5개 노조가 탈퇴하면서 예고된 일이었다. 이 달 초에는 단국대 노조가 탈퇴하면서 대학노조들까지 들썩이고 있다. 노동부가 10일 상급단체 탈퇴는 조합원 과반수 투표에 과반 찬성이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탈퇴도미노는 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의 추락과 위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업자득이다. 조합원의 권익과 먼 정치ㆍ이념투쟁, 현장 사정을 무시한 독선과 강경투쟁 일변도, 도덕성 상실로 실망을 키웠기 때문이다. 두 번의 투표 끝에 탈퇴를 결정한 인천지하철의 이성희 노조위원장은 "일방적인 강요와 명분 없는 민노총의 노선과 태도에 큰 실망을 느꼈다" 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강용규 위원장의 탈퇴 이유 역시 "명분만 움켜쥐고 투쟁만 외칠 뿐 노동현장의 실질적 문제 해결과 개선은 등한시하는 민노총,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정치투쟁만 일삼는 민노총에 대한 실망"이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반성과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노조원들에게 다가가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새 집행부의 다짐과 달리 서울모터쇼 행사장에서 차에 소 피를 뿌리는 엽기적인 시위를 벌였다. 인천지하철과 인천공항공사 노조의 탈퇴에 대해서도 자성은커녕 귀족노조, 선동과 분열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민노총의 고립과 추락으로 노동계도 지각변동을 시작했다. 한국노총에 가입하는 노조가 늘었고, 인천을 비롯한 전국 6개 지하철 노조는 독자적 연합체(전국지하철노조연맹)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새로운 세력 분할, 힘 겨루기가 아닌, 시대와 환경에 맞는 합리적 노사관계,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노동운동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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