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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누가 내 음악을 약탈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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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누가 내 음악을 약탈해갔나

입력
2009.04.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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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열한 음악 약탈의 시대는 언제 끝날 것인가.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이 땅에서 음악 제작을 계속해야 하는가. 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범법 불감증에 걸린 네티즌들, 그들을 방조·묵인하고 저작권 필터링이 어렵다고 엄살이나 피던 포털들, 네티즌들의 장물거래에 기생해 전송료나 챙기던 공유 사이트, 무법과 약탈을 그 오랫동안 수수방관한 정부, 모두가 음악 산업을 죽인 공범들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불법저작물 차단 책임을 강화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아니나 다를까, '독소조항'운운하는 인터넷 업체들의 볼멘 소리부터 들려온다. 불법과 은밀한 카르텔을 맺고 음악산업을 죽인 그들의 지난 잘못을 생각하면 몰염치도 이런 몰염치가 없다.

음악 제작자인 나는 오랫동안 공짜음악이 난무하는 인터넷 무법천지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작은 힘이라도 있는 제작자들은 법률대리인을 고용해 '불법의 카르텔'과 힘겹고 지겨운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나 사회는 늘 '적'의 편이었다. 사법적 판단은 더뎠고, 그 사이 '인터넷 현실론'을 앞세운 장물아비들은 합법의 허울을 걸치고 당당히 부자가 됐다. 네티즌과 '고소 전 합의'를 하면 합의금 장사한다고 제작자들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시장의 선과 악은 이렇듯 뒤바뀐 상태였다.

지금 음악시장은 폐허다. 음악 다양성의 실종은 부수적 결과일 뿐이다. 음악시장이 죽어가는 동안 열정에 넘친 수많은 제작자들이 빚더미만 안고 음악계를 떠났다. 음원 수익에 의존해야 하는 실력파 뮤지션들도 설 자리를 잃었다. 음악 다양성의 보루인 '미들 클래스'가 사라졌다. 지금 한국 음악시장은 몇몇 아이돌과 인디밴드만 남은 기형적 구조가 돼버렸다. 모두가 업보다. 들을만한 음악이 없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음악 제작을 하며 도둑맞은 재산을 추산할 때마다 울화가 터진다. 불법시장 규모와 음악산업 지표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5억원이 넘는다. 그 돈이 인터넷 바다 속으로 거품처럼 사라졌다.

정부가 음악산업을 살리려면 제발 엉뚱한 데 힘쓰지 말아야 한다. 공연장 을 짓고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산이 있으면, 그 돈으로 인력을 확충해 불법 음원 단속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컴퓨터로 하는 추적이니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이제 불법의 카르텔과 전면전을 펴야 할 때다.

그리고 일벌백계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사회가 충분히 심리적 위협을 느낄 정도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런 위협 없이 범죄 예방은 없다. 치러야 할 대가보다 경제적 이익이 크다면 누구나 남의 집 담을 넘을 수 있다. 검찰이 저작권 위반사범에 대해 처벌 대신 교육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음악계 종사자들에겐 세상 물정 모르는 말로 들릴 뿐이다.

음악 종사자들이 다 죽어가는데 '인터넷 위축'을 걱정하는 건 한가하다. 인터넷 업체는 자기 재산처럼 남의 재산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터넷은 공짜 음악의 바다이다. 원하는 노래 제목을 검색창에 치면 블로그에, 카페에 지천으로 널려있다. 공유 사이트엔 공짜 파일이 수두룩하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 이 음악의 폐허에도 기적처럼 봄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오지 않을 희망을 기다릴 때처럼 눈이 아리다.

이주엽 음악제작자 JN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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