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개 사과문 발표 이후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7일 오전 체포된 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제공했다고 진술한 100만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관계 없다"며 모든 혐의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노 전 대통령이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이라고 밝힌 이후 갑자기 진술 취지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측으로부터 청와대 내 집무실에서 돈을 받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진술을 뒤집은 것.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쏠리는 혐의를 돌리려고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를 알아챈 정 전 비서관이 영장 기각을 노리고 진술을 번복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 신문 내용을 변호인을 통해 전해 들은 뒤, 검찰이 자신의 혐의를 상당히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선제공격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건, 그의 예상치 못한 '반격'은 현재까지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애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마지막 카드로 남겨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인물이 잇달아 검찰 소환을 받고 혐의를 시인하게 되면, 최종 타깃인 노 전 대통령도 박 회장의 진술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사과문 발표 이후 검찰의 시나리오는 완벽히 흐트러졌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정 전 비서관도 살리고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던 상황을 타개하면서 수사의 얼개를 뒤바꿀 수 있었던 기습공격이었던 셈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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