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가수 임창정(36)씨가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 '빨래'(추민주 작, 연출)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흔한 공연계의 스타 마케팅과는 분명 다른 차원이다.
2005년 초연작으로, 허름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평범한 이웃들의 팍팍하지만 정겨운 서울살이를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꿈을 좇아 한국에 온 몽골 청년 솔롱고를 연기한다.
노래와 연기 양쪽 분야에서 모두 인정받은 실력, 그래서 일부 준비가 덜 된 대중 스타들의 뮤지컬 출연에 거부반응을 보이던 마니아 관객들조차 그가 꾸릴 무대에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그는 뮤지컬과도 낯설지 않다. 1991~93년 '에비타' '마의 태자' '동숭동 연가' 3편의 뮤지컬에서 주역을 맡았다. "더 이상 절 찾는 제작사가 없기도 했지만(웃음) 우선은 스타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뮤지컬을 계속할 수 없었어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일단 성공한 후에 뮤지컬을 하자."
"최근엔 뮤지컬 출연 제의가 많았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다른 배우들에게 누가 될까 싶어 쉽게 나설 수 없었다"는 그가 공연계로 돌아오게 된 것은 우선은 제작자와의 인연 때문이다. '빨래'의 제작사인 '명랑씨어터 수박'의 제작감독 김희원씨와 그는 뮤지컬 출연 당시 같은 극단에서 동고동락한 선후배 사이다.
"언젠가 함께 뮤지컬을 만들자"던 그와의 약속을 16년 만에 지킨 셈. 하지만 임씨는 작품의 매력이 더 큰 이유라고 했다. "'빨래'를 세 번 관람하면서 '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삶의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당연히 역할이 크든 작든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죠."
그가 정해진 출연료 없이 이번 무대에 서기로 한 것도 작품을 향한 애정 때문이다. "처음에는 희원이 형이 뮤지컬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 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며칠 지나서는 투자를 받을 수 없게 돼 공연을 못 할 것 같다는 거예요. 가장 큰 걸림돌이 제 출연료라고 하기에 돈은 못 받아도 좋다고 했죠. 이번 공연을 위해 저뿐 아니라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조금씩 출연료를 자진 반납했어요."
오랜만의 무대를 앞두고 있는데다 11집 앨범 발표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연습실에 겨우 몇 번 얼굴을 내밀었을 뿐인데도 자신감이 넘쳤다. "작품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별 것 아닌 것 같은 우리네 삶을 슬픔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잖아요."
"사회가 내게 준 사랑과 행운을 '빨래'의 따뜻한 메시지로 환원하고 싶다"는 그는 정기적으로는 아니어도 최소한 10년 간은 꾸준히 '빨래'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다른 배우가 표현한 것과 달리 밝은 캐릭터의 솔롱고를 만들 생각이에요. 일단은 더블 캐스트인 뮤지컬 전문 배우 홍광호보다 더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죠, 하하." 공연 문의 (02)744-1355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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